“김건희 여사나 천공 얘기는 안 할 거다. 정책 질문만 할 거니까 전투력 발휘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8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한 말이다. 이같은 류 의원의 발언에 한 장관은 작은 미소를 얼굴에 띄운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대정부질문 주제는 교육·사회·문화 분야였지만, 야당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와 관련한 질문에 집중했다.
반면 류 의원과 한 장관은 ‘비동의 강간죄’ 입법 번복 사태와 관련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도 합리적으로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류 의원과 한 장관은 ‘건설적 토론’에 방점을 찍으며 사회적 논의의 책임을 다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류 의원은 이날 한 장관에게 “대한민국은 성범죄 피해자라는 낙인, 가해자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등 성범죄 고소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가해자 합의 시도까지 뿌리친 용기 있는 사람만 재판에 갈 수 있다”고 상황을 짚은 뒤 비동의 강간죄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논쟁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 오해를 말아달라”고 전제하면서 “법률가 입장에서 본다면 피해자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는 만큼 억울한 사람이 처벌받은 확률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다만 이 법을 도입하면 동의가 있었다는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니라 해당 피고인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그렇게 되면 범죄를 의심받는 사람이 상대방이 동의가 있었다는 걸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억울하게 처벌받게 되는 구도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또한 “다만 너는 어느 편이야라고 평행선을 긋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서로 건설적인 토론을 해서 국민들이 공론을 형성해 가면 될 문제”라며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류 의원도 “저도 반대 측 입장을 충분히 듣고 서로 건설적인 토론을 해야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에 토론회 열 테니까 그때 법무부에서 꼭 나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한 장관과 류 의원은 ‘입증책임’ ‘국내 판례’ ‘해외 사례’에 기반한 비동의 강간죄 논의를 6분여간 이어갔고, 시민들은 댓글을 통해 ‘이런 게 지극히 정상적인 국회의 모습’, ‘끝까지 국무위원의 말을 듣고 자신의 주장도 말하는 국회의원 모습이 낯선 것이 웃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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