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원자력발전 비중이 확대되면서 원전 발전 연료로 쓰인 뒤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이 1~2년 앞당겨졌다. 이대로라면 당장 7년 뒤부터 순차적으로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영구보관 시설을 짓기 위한 고준위방폐물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공개한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 재산정’ 결과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시점은 당초 2031년에서 2030년으로 1년 빨라졌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가 재산정한 이번 결과는 지난해 수립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반영했다.
10차 전기본의 가장 큰 특징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원전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는 점이다. 계획 기간 내 운영 허가 만료 설비의 계속운전, 신한울 3·4호기 준공(각 2032·2033년), 원전 총 32기 가동(영구정지 원전 2기 포함) 등이 추진된다.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은 2032년에서 2031년으로, 경북 경주시 신월성원전은 2044년에서 2042년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1~2년 당겨졌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시점은 2031년에서 2032년으로 늦춰졌다. 기존에는 고리2호기의 ‘조밀저장대(핵연료 간격을 줄여 전체 저장 용량을 늘리는 장치)’ 설치를 검토하지 않았지만 10차 전기본에서 해당 원전의 계속운전이 반영되면서 조밀저장대 설치를 가정했기 때문이다. 조밀저장대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고리원전은 2028년 포화 시기를 맞는다.
방폐학회는 기존 산정 결과(2021년 12월) 대비 15만 9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수로 7만 2000다발, 중수로 72만 2000다발 등 총 79만 4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7년 뒤부터 원자로에서 연료로 쓰인 뒤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시설이 포화하기 시작하면 원전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978년 고리1호기 상업운전이 시작된 이래 아홉 차례에 걸친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 선정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경주로 정했으나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은 2009년부터 이어진 공론화 절차에도 지역 주민의 반발과 여론의 반대로 기약 없이 미뤄졌다.
특히 7년 뒤 원전을 계속 가동하려면 당장 부지 내 저장시설이라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부지 내 저장시설도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약 7년의 건설 기간이 필요한 만큼 올해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관련 법과 제도 마련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고준위 방폐물과 관련한 관리 체계, 부지 선정 절차, 원전 내 저장시설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 3건이 발의돼 있지만 이제 겨우 공청회를 마친 상태다.
이승렬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장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 문제는10여 년의 공론화를 거쳐 3개의 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조속한 법안 통과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저장시설 포화에 따라 한시적으로 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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