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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폐지, 이제 자원이라 부르자

■김진두 한국펄프종이공학회 회장(아진P&P 대표)





‘폐지(廢紙)’라는 이름은 영락없이 폐기물이라는 착각을 들게 한다. 폐지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사용되어온 ‘고지(古紙)’를 대체하기 위해 1985년 새로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재활용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쓰고 나면 버려지는 쓰레기로 여겨졌던 종이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반영됐다.

지금은 종이가 순환 자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폐지 재활용률은 약 86%에 달한다. 종이 박스는 골판지로 재생된다. 물건을 담고 옮기기에 종이만큼 가성비가 좋은 소재가 없다. 우유팩 같은 종이팩은 재활용하면 고급 화장지 등의 원료가 된다. A4 용지나 책도 최소한 신문 용지로 재탄생한다.

쓰고 난 종이가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더 발하려면 정확한 분리 배출이 필수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폐지가 쓰레기라는 인식이 깔려있다보니 플라스틱 배달 용기, 비닐, 음식물 등 이물질과 뒤섞여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알맞은 카테고리로 배출되지 않았거나 생활 쓰레기 등과 혼합 배출된 종이나 다른 소재가 붙어있는 종이는 재활용률이 현저히 낮아진다. 실제 종이팩은 일반 폐지와 구분해 배출해야 하는데, 혼합해 버리는 경우가 많아 약 15%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폐기되고 있다.



제대로 된 폐지 분리 배출은 최근 불거진 ‘폐지 대란’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외 폐지 수요가 급감하며 폐지 재고가 급증하는 중이다. 제지회사의 폐지 재고량은 2021년 평균 10만1000톤이었으나 지난해 6월 19만2000톤까지 상승했다. 이에 지난 10월부터 정부가 폐지 공공비축에 나서기도 했다. 각 가정에서 배출한 폐지는 폐지 수거 노인, 고물상 등을 거쳐 폐지 압축장에 모이고 최종적으로 제지회사가 매입한다. 폐지 적체 현상은 이들 관계자들의 생계까지 위협한다. 또 길거리나 공동주택에 있는 폐지가 제대로 수거되지 못하는 문제로도 이어진다.

박스, 우유팩, 신문지 등 재질 별 정확한 폐지 분류는 국산 폐지 공급을 원활히 하고 폐지 수입을 줄일 수 있다. 현재까지는 수입 폐지가 국산보다 품질이 좋다 보니, 일부 종이 재활용 제품은 수입 폐지 사용이 불가피하다. 수입 폐지는 신문지와 골판지 등 품종별로 따로따로 회수해 재활용되는데, 강도·물성 등이 우수하다. 이외에도 국내에선 폐골판지를 제외한 종이는 현재 공급 부족이어서 박스와 일반 종이를 제대로 분류해 버리는 것 만으로도 폐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전 국민의 분리배출 개선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찾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폐지가 폐기물이 아닌 ‘자원’이라는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폐지 역시 아끼고 보존해야 하는 자원이라는 생각을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난해 제지업계는 용어 개선 작업을 통해 폐지를 '종이 자원'으로 변경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폐지 대란까지 겹치며 종이 재활용 시장에 위험신호가 뜬 지금, 폐지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올바른 의미를 담아 이름을 바꾸려는 이 시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폐지에 대한 인식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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