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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0.05% 사나이들…그들의 인생도 너클볼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전훈칠 지음, 싱긋 펴냄)

☞너클볼 : 예측불가능한 변화구

고교야구 중 0.05%만 빅리그行

한 경기만 뛰고 사라진 선수부터

본즈·매덕스·류현진 등 스타까지

20여년 현장서 본 스포츠 기자가

단순기록아닌 '성장 드라마' 그려







미국 내에 등록된 고교 야구선수는 대략 45만~50만명인데 이 중에서 대학 야구팀에 진학하는 비율은 5~6%, 메이저리그 구간에 직접 드래프트 되는 비율은 0.5%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시 마이너리그 선수 중 빅리그(메이저리그)를 하루만이라도 경험한 선수의 비율은 10% 안팎이다. 결국 미국 프로야구에서 매일 경기에 나서는 주전급 선수들은 고교 야구선수 가운데 0.05%로, 이는 ‘하늘이 점지한 수준의 재능을 지닌 사람’인 셈이다.

물론 메이저리그에 등판했다고 해서 최종 승리자가 된 것은 아니다. 어느 사회나 시대와 마찬가지로 선수 개개인에게는 굴곡이 있고 때로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신간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은 현재 방송사 스포츠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사람냄새 나는 진짜 이야기를 담았다. “단순 ‘기록제조기’로서의 선수가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춰 그들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진정성 있는 성장 드라마를 그렸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책의 앞부분을 상당히 할애하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만 뛰고 사라진 선수들을 의미하는 ‘커피 한 잔(a cup of coffee)’이다. 단어 자체가 여유나 낭만이 아닌 시린 아픔을 나타낸다.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의 론 라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너리그에서 유망주였던 그는 26세의 적지 않은 나이였던 2002년 4월 원정경기 직전에 메이저리그 승격 통지를 받았다. 팀에 합류하고 이틀을 벤치에서 보낸 라이트는 당시 주전 3루수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갑자기 선발라인업에 투입됐다.

라이트는 그날 3차례 타석에서 아웃카운트 6개라는 흑역사를 기록했다. 첫 타석은 3구 삼진, 두번째는 삼중살, 세번째는 병살을 각각 기록했다. 네번째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됐고 이후 영원히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는 나중에 인터뷰에서 “결과를 떠나 그 무대를 섰던 기억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책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선수들에 집중한다. 에이로드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졌으며 타격 스윙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꼽히는 알렉스 로드리게스, 부자 선수이자 둘 다 최고의 경기를 보여준 아버지 보비 본즈와 아들 배리 본즈, 시력 이상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노력으로 타격왕이 됐던 에드거 마르티네스 등이 주요하다. 1940년대 흑인 최초의 선수이자 인종차별 극복 상징인 제키 로빈슨도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투수 가운데서는 역대급 제구력을 가졌지만 끝없이 연구를 거듭한 그레그 매덕스, 너클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팀 웨이크필드, 최고 야구 실력과 함께 바른 생활로 그냥 ‘신’이라고 불린 마리아노 리베라, 강속구의 상징이자 하이킥 자세로 유명한 놀런 라이언 등의 일화도 재미있게 풀어낸다.

외국 선수들 가운데는 일본에 대해 집중한다. 전무후무하게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오타니 쇼헤이에 대해 “베이브 루스 이상”이라고 극찬을 보내고 스즈키 이치로는 신비주의 콘셉트로 회고한다. 당연히 한국의 메이저리거도 주목한다. 미국 상륙의 선두주자인 박찬호를 비롯해 추신수, 김병현, 류현진까지 한국인의 메이저리그 도전 역사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마이너리그 생활, 스프링캠프, 트레이드, 타격 장갑의 기원, 선수들이 받는 인센티브, 너클볼, 머니볼, 배트 플립(일명 ‘빠던’), 홈구장에 얽힌 일화 등도 흥미롭다.

야구 덕후인 저자는 젊은 시절 이후 20여년간 기자 등으로 일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천착했다고 한다. 저자는 “메이저리그의 수많은 명장면과 화려한 기록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준비돼 있던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 작은 노력과 열정의 순간들이 겹치고 이어지면서 레전드 선수들이 나타나고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진 것”이라고 말한다.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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