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리 두기 해제와 물가 상승세가 맞물리며 개강을 앞둔 대학가에서는 기숙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지고 있다. 대면 수업이 다시 활발해지는 데다 대학가 인근 원룸의 보증금과 월세가 오르며 기숙사 신청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17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학생들은 3월 개강을 앞두고 높아진 월세와 기숙사 경쟁률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면 수업·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며 대학 인근 거주지 수요가 늘고 있으나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물가로 월세가 크게 올라 기숙사를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기숙사에 당첨되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지만 그마저도 높아진 경쟁률로 쉽지가 않는 상황이다.
성균관대 재학생인 한 모(22) 씨는 “기숙사 1차 신청에 떨어져 1년만 버텨야겠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방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 유독 비싼 자취방마저도 일찍 나가서 방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비싼 방을 계약했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재학생인 A 씨는 “2차 신청에서 다행히 기숙사에 붙었다”면서도 “월세 부담이 너무 심해 기숙사에 떨어지면 휴학하려고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서울 내 주요 대학들의 기숙사 경쟁률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23년 1학기 한양대 기숙사의 입주 경쟁률은 1.94 대 1에 달했다. 지난해와 2021년 경쟁률이 각각 1.4 대 1, 1.3 대 1에 그친 점과 비교하면 크게 뛴 것이다. 세종대의 기숙사 경쟁률도 2021년 1.1 대 1에서 올해는 2.33 대 1로 두 배 넘게 높아졌다. 성균관대 서울캠퍼스도 최근 2년 새 0.9 대 1에서 1.5 대 1로 껑충 뛰었다. ‘대학알리미’가 공개한 수도권 대학의 지난해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18.3%로 전체 신입생 10명 중 2명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셈이다.
학생들은 물가가 올라 생활비 부담이 이미 큰 상황에서 월세가 과하게 늘고 있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고 전했다. 건국대 4학년 정 모(23) 씨는 “부모님께 한 달 용돈 60만 원과 월세 지원을 받고 있어 더 이상 손 벌리기가 어렵다”며 “모자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는 필수”라고 전했다. 이어 “주변 친구들도 70~80%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하루 세 끼 모두 외식을 하면 하루에 식비로만 4만 원은 쉽게 쓴다”고 덧붙였다.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월세와 생활비 부담을 토로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성균관대 커뮤니티 이용자는 “돈도 없는데 기숙사도 떨어졌다”며 “좋은 대학에 붙었다고 기뻤는데 앞으로 돈 나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이화여대 커뮤니티 이용자도 “신축 건물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짜리도 모두 계약이 완료됐다”면서 “잠만 잘 수 있는 크기의 방도 월세가 85만 원에 달한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이 집계한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월세 평균을 보면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이화여대 주변 월세는 2021년 11월 51만 7000원에서 2022년 11월 69만 1000원으로 17만 4000원이나 비싸졌다. 같은 기간 연세대 주변 월세 역시 48만 2000원에서 55만 4000원으로 7만 2000원 올랐고 고려대 주변은 45만 원에서 52만 원으로 7만 원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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