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가 9년만에 중국에서 한국영화제를 개최한다. 중국 본토에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여파로 한국영화의 개봉이 장기간 중단되는 등 한중 양국 간 영화 분야의 교류가 끊긴 와중에 이번 영화제가 얼어붙은 분위기에 해빙의 전기가 될지 주목된다.
영진위 중국사무소는 17일 ‘KOFIC 한국영화제’를 오는 25일까지 주상하이한국문화원과 공동으로 문화원 내 공간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부대 행사로 고(故) 김중만 사진가와 안성진 사진가가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배우 200인을 카메라에 담은 ‘KOREAN ACTORS 200’ 사진전도 함께 개막했다. 영진위 측은 이번 한국영화제에 대해 주상하이한국문화원의 재개관을 맞아 한중 간 영화 교류 증진을 위해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한국영화제가 열린 것은 지난 2014년 베이징에서 우리나라의 문체부와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공동주최로 개최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이정재 감독의 ‘헌트’가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이 외에도 ‘브로커’ ‘범죄도시2’ ‘모가디슈’ ‘마녀’ ‘신과 함께’ 등 2017~2022년 사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총 15편을 상영한다.
이번 영화제의 개최는 얼어붙은 한중 양국 간 영화 교류를 풀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영화의 상영은 우리나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후 중국에서 ‘한한령’ 분위기가 나타난 2017년 이래 사실상 전무하다. 영화 ‘오! 문희’의 2021년 12월 개봉은 단발성이었고, 쇼박스의 중국 법인이 인기 웹툰 ‘문유’를 영화화해 작년 7월 현지 개봉했지만 중국 영화로 분류된다.
그러던 중 지난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한중 양국에서 영화제를 개최함으로써 교류의 촉매를 마련해 보자는데 생각이 미쳤다. 이에 작년 12월 서울에서 영진위 주최로 중국영화제를 열어 흥행작 ‘안녕, 리환잉’ 등 중국 영화 13편을 상영했고, 상하이에서 한국영화제가 열리게 됐다. 서울에서 열린 중국영화제의 경우 중국 영화 전문 채널 ‘중국중앙(CC)TV6’에서 보도되는 등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박희성 영진위 국제교류지원팀 과장은 “중국 영화시장은 비록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시장규모 세계 1위로서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며 “자문역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양국 간 영화 교류에 관한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현지 분위기를 보면, 상영작 15편 중 7편의 예매를 미리 오픈한 결과 5분만에 전부 매진을 기록하는 등 중국 대중의 한국영화를 향한 관심마저 사라지지는 않았다. 정민영 영진위 중국사무소 소장은 “예매한 사람들이 거의 다 중국 현지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응이 없을까봐 조심스러운 처지였는데, 중국에서도 한국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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