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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쪽 난 세계 공급망…"GDP 1조弗 증발"

■우크라戰 1주년…흔들리는 글로벌 경제

美, IPEF·칩4 등으로 공급망 재편

러는 中에 의존…무역규모 30%↑

에너지·식료품난에 물가 2배 뛰어

20여개국 IMF 구제금융 대기 중

세계무역 블록화땐 GDP 7% 타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2월 24일)을 앞둔 1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브로바리에서 한 우크라이나 장병 장례식이 엄수되고 있다. 자원입대한 29세의 이 장병은 11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부흘레다르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사망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이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전쟁이 발발하면 세계경제는 물론 러시아 경제에도 재앙이 될 수 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작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일어났고 실제로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쟁 발발 이후 지난해와 올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조 달러 증발한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세계무역이 신냉전 구도로 양분되면 최악의 경우 글로벌 GDP를 7%나 갉아먹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대세가 된 ‘프렌드쇼어링’=이번 전쟁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전 세계 공급망이 양분된 것이다. 미국은 안정적으로 제조업 등의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동맹국 위주로 공급망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칩4 동맹(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협력체)를 창설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대로 중국과 러시아의 의존 관계는 깊어졌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무역 규모는 1903억 달러로 전년보다 29.3%나 급증했다.

신냉전 구도의 핵심인 미중 갈등도 더 첨예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를 시행했다.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반대로 중국도 전 세계 생산량의 97%를 독점한 태양광 웨이퍼 제조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프렌드쇼어링은 올해 더 심해질 것”이라며 “미중 갈등도 깊어지며 세계경제는 파편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인도·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브라질 등 거대 중립경제국이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등 대치 국면에 있는 나라는 피하고 정치적 중립국을 공장 부지로 택하며 이들 나라의 몸값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20개국 구제금융 대기 중=전쟁은 코로나19 이후 갈 길 바쁜 글로벌 경제성장률에도 큰 상흔을 남겼다. 그러지 않아도 코로나19 과잉 대응으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때문에 물가가 꿈틀대던 차에 전쟁까지 터지면서 에너지·식료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급등했다.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등 전 세계 중앙은행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성장률도 타격을 받았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은 7.3%로 추정돼 전쟁 전인 지난해 1월 전망(3.9%)의 두 배에 달했다. 신흥국의 지난해 물가상승률도 9.9%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 1월 예상(5.9%)을 크게 웃돌았다. AP통신은 “IMF가 지난해와 올해 하향 조정한 전 세계 GDP 규모는 1조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특히 식량과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신흥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와 함께 주요 밀 수출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쟁으로 비료와 밀의 수출 길이 막히면서 이들 나라에 수입을 의존해온 이집트 등 신흥국은 휘청였다. 특히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에너지 수출을 제한하고 서방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면서 지난해 중반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신흥국 위기를 부채질했다. 지난해 스리랑카·파키스탄·레바논·잠비아·이집트·튀니지 등이 IMF로부터 이미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협상 중이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최소 20여 개 신흥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으려 대기하고 있다.

◇IMF “세계 무역 블록화 시 GDP 7% 타격”=문제는 앞으로다. IMF는 전 세계 무역이 블록화하면 최악의 경우 세계 GDP를 7%나 갉아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전쟁이 수년간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중반 급등했던 에너지 가격은 유럽에 이례적으로 따뜻한 겨울이 찾아오며 전쟁 이전 수준으로 안정됐다. 하지만 EIU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원유 생산량을 줄일 것이고 이것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중국 경제의 반등과 맞물려 원유 가격을 계속 높게 유지시킬 것”이라고 봤다. 또 유럽이 천연가스의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려 하지만 중동 등으로부터 실제 가스를 들여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가스 가격도 계속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쟁이 계속돼 서방의 제재가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글로벌 경제의 근심거리다. 러시아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로 이미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등에 비해 크다. 서방은 러시아에 초고강도 제재를 가하면 전 세계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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