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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운트' 진선규, 무명에서 주연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카운트' 진선규 / 사진=CJ ENM




20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꿈을 향해 달려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 빛을 볼 수 있을지 모르는 무명 생활이라면 더더욱 힘들다. 배우 진선규가 이런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연기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 곁에서 응원해 주는 동료들의 응원이었다. 그는 영화 '카운트'를 통해 처음으로 단독 주연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 또한 곁에서 지켜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카운트'(감독 권혁재)는 198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진선규)이 오합지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다. 시헌은 복싱 금메달리스트지만, 승부 조작이라는 오해를 받고 은퇴한다. 이후 고향에 내려가 체육 선생님으로 일하던 중,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 당한 윤우(성유빈)를 발견하게 되고, 학교에 복싱부를 만들기로 한다. 모두가 "안된다"고 하지만, 시헌은 복싱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진선규는 이런 시헌의 모습에 공감이 돼 작품을 선택했다. 자신의 고향인 진해가 배경이라는 점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진선규도 체육 선생님을 꿈꿨고, 37살 때부터 취미로 복싱을 하고 있었다. 여러 모로 시헌과 닮은 점이 많은 것이다. 그중 가장 공감되는 건 시헌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굴렁쇠 소년을 제외하고는 크게 기억나는 게 없어요. 이 이야기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죠. 작품을 받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진해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고? 금메달리스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단한 동료애와 가족애가 공감됐는데, 내 생각과 추구하는 방향에 가까운 인물이었어요. 시헌이 아닌, 진선규라고 해도 어울릴 정도였죠. '정말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웃음)

영화 '카운트' 스틸 / 사진=CJ ENM


닮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편한 일일까? 진선규는 분명 시헌과 닮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했지만, 캐릭터를 만드는 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야기 자체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가 아니기에 만들어야 되는 부분이 있는 거다.

"찍을 때 스펙터클하고 봤을 때 매력적인 건 악역이에요. 제가 평상시에 상상은 한 번쯤 해보지만, 안 하는 것들이니까요. '카운트' 같은 영화는 찍었을 때 짜릿함보다 찍고 나서 사람들이 봐줬을 때 좋은 영화예요. '따뜻했다'고 격려해 주고, '네 모습이 들어간 것 같다'는 말을 해주는 게 좋더라고요."

'카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박시헌은 한때 한국의 아시아권 중량급 1위 선수였으나,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 논란에 휘말려 은퇴했다. 이후 오해를 벗은 그는 복싱 국가대표 감독을 맡으며 활동한다. 진선규는 박시헌 전 선수를 직접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잡아갔다.

"박시헌 선생님이 오래전부터 이 이야기를 고사했다고 들었어요. 그 시절이 너무 아파서 두려우셨던 거예요. '내가 은메달이었으면 사랑하는 복싱을 갖고 행복하게 살 텐데'라는 마음을 갖고 사신 분이에요. 외형적으로는 선생님을 모사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때 들었던 선생님의 마음가짐, 어떤 생각으로 이겨냈는지 영화에 잘 담기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진선규는 박시헌에게 복싱 훈련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카운트' 팀이 복싱 훈련을 하고 있을 때, 박시헌이 찾아왔다고. 미트를 받아주는 훈련이었는데, 진선규는 그때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국가대표 감독을 했던 그에게 짧게나마 배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

"복싱은 살이 5kg가 쪄서 시작하게 됐어요. 예전부터 복싱을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아마추어 복싱 선수셨거든요. 예전부터 '복싱을 하면 나쁜 쪽으로 갈 수 있다'고 하면서 못하게 하셨죠. 그런데 전 꼭 해보고 싶더라고요. 좋아하는 걸 열심히 했는데, 관장님이 프로 테스트를 받아보라고 권유하셨어요. 그런데, 테스트를 받아야 되는 날 단역으로 멀리 촬영 가는 바람에 못하게 됐죠. 그래도 복싱은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박시헌 선생님이 '제대로 했다'고 말해줘서 정말 좋았어요."(웃음)

진선규에게 '카운트'는 첫 단독 주연작이다. 오랜 단역의 세월을 거쳐 영하 '범죄도시'로 얼굴을 알렸고,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한 그가 마침내 1번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박시헌처럼, 진선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진선규는 '카운트'를 통해 수많은 조연에게 희망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제가 태어난 곳의 이야기를, 적은 분량의 역할이 아닌 주인공으로 끌고 나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컸어요. 예전으로 따지면 감투 쓰고, 도포 입고, 말을 타고 금의환향한 느낌이에요. '범죄도시'가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이었다면, '카운트'도 편안한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된 셈이에요."



자연스럽게 진선규는 자신의 무명 세월을 떠올렸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나의 의지가 아는 부분에서 내 노력이 부정당한 순간도 있었다. 그 순간들을 버티고, 다시 도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지금의 진선규는 더 단단한 사람이 된 것이다.

"무대 위에서 열심히 자기 꿈을 이뤄 나가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러다가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하는데, 카메라가 어딘지도 모르니 당황하는 거죠. 현장에서 욕을 먹으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때 동료들이 '처음이니까 그렇지'라고 응원해 줘서 좋아질 수 있었어요. 박시헌 선생님에게도 가족이 있고, 응원해 주는 은사님이 있었잖아요. 이들이 있었기에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던 거죠."

그 힘들었던 무명 세월을 함께 버텨낸 동료, 오나라와 고창석을 '카운트'에서 다시 만난 것도 뜻깊은 일이다. 후배들과 촬영할 때는 이끌어 가는 부담이 있었다면, 고창석과 오나라와 함께하는 촬영은 숨 쉴 틈이 됐다고.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오나라는 저한테 '너 진짜 잘하는 애야. 나중에 멋지게 영화에서 만나자'고 했던 분이고, 고창석은 같이 뭘 어떻게 하면 잘할까 고민하던 술친구예요. 그런 형과 누나를 내가 주인공인 무대에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촬영하면 제가 기댈 수 있었고, 다시 한번 깊은숨을 쉴 수 있어요. 이들에게 격려를 받고 다시 후배들한테 가서 열심히 한 거예요."

"20년 전의 저한테 돌아가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하고 있는 거 하면 되고, 뭐든 다시 할 수 있다고요. 지금 주연을 하고 있지만, 계속 주연만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중요한 건 역할의 크기보다는 작품 속에 어떻게 존재하느냐예요. 앞으로도 주연과 조연을 구분 지으려고 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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