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안전처가 최근 온라인상에서 판매되는 식품·의약품의 위생 기준을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업체가 자율적으로 관리하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공지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온라인 밀키트 시장의 위생 기준을 제고하기 위한 수순인데, 정확한 관리 기준 없이 위생 관리 책임을 e커머스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최근 ‘식·의약품 온라인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을 네이버스마트스토어, 쿠팡, 지마켓 등 40여개 e커머스 업체에 내려 보냈다. 온라인으로 판매될 수 없는 식품·의약품에 대한 정보와 과대광고 금지 규정 등을 토대로 e커머스가 자사에서 판매되는 식품의 위생 안전 문제를 자율적으로 관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온라인에서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간편조리식품의 위생 안전 문제에 대해 식약처가 칼을 빼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이후 밀키트 시장은 급성장을 거듭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20억 원에서 2020년 1880억 원으로 성장했다. 2025년에는 72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밀키트 판매 사업은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과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식품제조가공업’으로 나뉜다. 식품제조가공업은 깐깐한 위생과 안전 기준을 거쳐야 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은 관할 관청에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반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타격을 온라인으로 만회해보고자 ‘너도나도’ 밀키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밀키트 포장을 대신해주거나 밀키트 판매를 위한 컨설팅 회사도 따로 생길 정도였다.
이에 온라인 밀키트의 위생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식약처는 지난해 10월부터 자가품질검사 대상에 신선편의식품과 간편조리세트를 포함하는 등 위생 기준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이번 가이드라인도 이 같은 노력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생 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업계에서는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 위생, 안전 문제 등과 관련해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지만 유해·오염 식품을 플랫폼 입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면서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먼저 제시한 후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게 맞는 순서"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