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탄탄한 노동시장에 소비가 원활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민간소비 회복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금리에 원리금 상환 부담은 늘어나는데 소득은 나아지지 않고 집값마저 하락하면서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는 것이다. 수출 전선이 무너진 가운데 민간소비마저 위축되면서 경기 회복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8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국별 비교를 통한 소비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을 통해 “우리나라는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주택경기 부진의 부정적 영향이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팬데믹으로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됐다가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방역 해제 이후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 속도가 빨라졌지만 팬데믹 이전 추세를 밑도는 등 회복 모멘텀은 약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은 대규모 정부 지원으로 2021년 2분기 중 팬데믹 이전 추세를 회복했는데 이후로도 노동시장이 견조한 소비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은은 가계 소비 여력, 주택경기 등 요인을 통해 국내 소비 여건을 살펴봤다. 먼저 우리나라는 미국 대비 노동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추가적인 고용 증가나 임금 상승을 통한 소득 개선 정도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가계 실질구매력은 전년 대비 0.7% 증가하는 것에 그쳐 2022년(3.0%)보다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보다 가계부채 수준이 크게 높은 데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큰 것도 소비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고금리가 가구 이자 비용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원리금 상황 부담이 늘고 있다. 주택경기 부진도 역자산 효과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이사할 때마다 이뤄지는 가전·가구 등 내구재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초과저축 누증이 지속되면서 향후 소비재원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주요국 대비 초과저축 증가세가 높은 것은 리오프닝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은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세가 전년 대비 상당 폭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축적된 가계저축 등을 감안하면 급격한 위축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와 소비 심리 간 상관성이 높아 향후 경기 회복으로 소비 심리가 개선되면 누적된 저축이 소비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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