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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의도보다 완화적 기대 형성했다” 이창용 정면 반박한 조윤제 [조지원의 BOK리포트]

총재급 금통위원의 첫 소수의견 주목

“긴축 기조에 비해 완화적 시장 상황”

시장금리 등 반영하면 3.5%보다 낮아

충분히 긴축적이라는 총재 정면 반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를 조윤제(오른쪽 첫 번째) 금융통화위원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년 만의 금리 동결 결정만큼 관심을 모았던 것은 조윤제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총재 후보로 거론되며 주미대사까지 지낼 만큼 무게감을 지닌 조 위원이 소수의견을 낸 것은 2020년 4월 금통위원으로 취임한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 안팎에서는 그동안 조 위원이 협의체로서의 금통위 역할을 중시해 개별 의견을 내지 않았던 만큼 처음 나온 소수의견에 주목했다.

14일 공개된 당시 금통위 의사록은 조 위원이 소수의견을 낸 배경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조 위원은 정책 의도와 달리 완화적 기대가 형성돼 있다며 그동안 금리를 가파르게 올렸던 것에 비해서 시장이 긴축적이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2월 금통위 당시 금융시장 상황이 긴축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한 이창용 총재의 발언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사실상 총재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행보에 제동을 건 셈이다. 금통위 내부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 갈등이 총재와 조 위원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조 위원은 “현재 금융시장 상황은 그동안 한국은행이 지속적 금리 인상을 통해 의도해온 긴축기조에 비해서 완화적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2월 금통위 당시까지만 해도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역전 현상이 21영업일 동안 이어졌다. 1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 등으로 예대금리도 내림세를 보였던 상황이다.

조 위원은 미국과의 금리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가 금리 인상에 비해 완화적 상태라고 평가했다. 정책금리에 시장금리, 대출금리 등 가격변수 움직임을 통해 전반적인 금융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프록시 레이트를 추정한 결과 미국은 6% 정도로 정책금리(4.50~4.75%)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프록시 레이트가 11월 이후 빠르게 하락해 3.50%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 위원은 2월 금통위에서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으로 “금융시장이 한은의 정책 의도보다 완화적 기대를 형성해 실제 이것이 현재 금융시장 상황으로 반영돼 있는 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 예상되나 중국 경기 회복 영향 등 불확실성이 크고, 이에 중앙은행으로서 보수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 “미국 최종금리수준과 긴축강도의 지속성에 대한 최근 시장의 기대조정이 외환유출입과 환율의 안정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비할 필요성” 등을 각각 둘째와 셋째로 꼽았다.

1일 서울 명동 환전소 앞에서 이용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목할 것은 조 위원이 언급한 ‘완화적 기대 형성’에 대한 책임이다. 1월 금통위 당시 이 총재는 “금리 동결 해석은 곤란하다”고 발언했으나 시장은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문구 변경이나 성장률 하향 조정 등도 완화 기대를 만들었지만 이 총재 발언도 영향을 줬다. 당시 이 총재도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한미 금리가 150bp까지 벌어져도 위험하단 근거 없다”고 말하는 등 시장의 완화 기대에 부합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후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최종금리를 3.75%로 봤던 사람들은 당연히 전망을 조정했을 것” 등 발언을 했다.

하나 더 짚을 것은 당시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자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는데 이 총재와 조 위원은 이에 대해 정반대 해석을 내놓았다. 앞서 본대로 조 위원은 금리 인상 정도에 비해 시장이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내 한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반대로 이 총재는 금리 역전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길게 보면 가계나 기업이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린 체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장 전체의 금리가 다 올라서 긴축적 상황이라는 건 너무나 피로로 느끼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통화정책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회 질의나 외신 인터뷰에서도 같은 질문에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다른 금통위원들도 금리 역전 현상의 해석을 두고 갈리는 모습이다. 한 금통위원은 “금융시장의 호조는 미 연준의 긴축 속도 가속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이 해소된 측면이 있으나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기조에서 크게 괴리된 것으로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하향 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반면 다른 금통위원은 “금융시장은 지난해 10월 우발적 사건으로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가 급격히 올라갔다가 감소한 여파로 지표 해석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으나 2021년 8월 인상 기조 시작 때부터 대체로 정책 의도에 따라 움직여 왔다고 생각한다”고 이 총재와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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