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CS)의 부실 우려가 번지면서 증시를 비롯한 뉴욕 금융 시장이 15일(현지 시간) 요동쳤다. 장 막판 스위스 당국의 지원 약속에 하락폭을 줄였지만 채권 금리는 급락하고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국제 가격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80.83포인트(-0.87%) 하락한 3만1874.57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7.36포인트(-0.7%) 하락한 3891.93에 장을 마감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5.90포인트(+0.05%) 오른 1만1434.05로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의 경우 장중 3만1460포인트 까지 내려 앉았다가 스위스 정부가 크레디트스위스에 대한 지원 논의를 시작한다는 소식과, 장막판 스위스의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이 “필요하다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막판 낙폭을 줄였다. 스위스국립은행과 스위스금융시장 감독청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s·붕괴시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주요 30개 은행)’에 적용되는 더 높은 자본과 유동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또한 스위스국립은행은 필요한 경우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나스닥 역시 장중 마이너스를 이어가다 지원 소식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은 전날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의 아마르 알 쿠다이리 회장이 “자금 수요가 있으면 크레디트스위스에 추가 재정지원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고 못박으면서 불거졌다.
주가 외 위험 신호는 계속됐다. 크레디트스위스의 5년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은 이날 983.66으로 102% 올랐다. JP모건(98.17)의 10배 수준이다. CDS프리미엄은 부도를 보장해주는 대신 받는 수익률로 높을 수록 부도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오안다의 수석시장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모야는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은행의 혼란이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며 “시장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제로 금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은행도 어려움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은행주는 대체적으로 하락했다. 씨티은행의 주가는 5.4% 떨어졌으며 웰스파고와 골드만삭스는 각각 3% 이상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는 연방준비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왔다.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3% 오를 것으로 봤던 다우존스의 전망치와 달리 0.1%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하락 소식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많이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동시에 상무부가 발표한 2월 소매판매는 0.4% 줄어 1월 3.0%급성장세에서 하락반전했다. 수요 감소는 인플레이션 완화 요인이다.
경제 지표가 다소 완화되고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로 긴축 강화 부작용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동결 전망이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현재 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툴의 3월 금리 전망은 동결 확률이 52.4%를 기록해 절반을 넘겼다.
전날 상승했던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금융시스템 불안에 다시 큰폭으로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6bp(1bp=0.01%포인트) 하락한 3.477%를 기록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약 31bp 하락해 3.919%에 거래됐다.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연준이 머지 않은 시점에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국채 수요가 몰렸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지난 며칠 간 나홀로 상승하던 주요 암호화폐도 이날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6% 하락한 2만432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더리움은 3.9% 떨어진 164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그동안 연준의 긴축 강도 완화 기대와 은행권 불안에 따른 대안적 투자 수요에 상승했지만 이날은 글로벌 금융시스템 위기에 하락했다.
뉴욕유가는 위기 확산 우려에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72달러(5.22%) 하락한 배럴당 67.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3일 연속 하락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