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프랑스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수급자의 증가 속도가 2배 이상 빠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내 국민연금 수령자는 지난해 534만 8136명에서 8년 뒤인 2030년에는 761만 명으로 42.3%나 급증한다. 프랑스의 연금 수급자는 같은 기간 1700만 명에서 2000만 명으로 17.6% 늘어난다. 게다가 세계 최악의 저출산·고령화로 연금을 떠받칠 인구 구조의 미래도 프랑스보다 암울하다. 우리 인구는 2041년에 5000만 명 아래로 떨어지는 반면 프랑스는 2041년(6616만 명)까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연금 개혁이 프랑스보다 더 시급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야당 등의 거센 반대에도 연금 수급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연금 개혁안을 관철했다. 하지만 우리의 연금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여야는 올해 4월까지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총선의 표심을 저울질하다가 정부에 떠넘겨버렸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도 구체적인 수치가 담긴 ‘연금 개혁 초안’ 대신 그간의 논의 내용을 종합한 수준의 보고서만 29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 정부에서도 연금 개혁이 계속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1년에 기금이 적자 전환되고 2055년에는 바닥날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가능한 한 빨리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권고한 이유다.
우리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로 1998년 이후 그대로다. OECD 회원국 평균 연금 보험료율 18.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프랑스의 연금 보험료율(27.8%)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세계적 추세인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연금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여야는 표심을 의식해 연금 개혁을 떠넘기거나 미루지 말고 지속 가능한 연금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크롱 대통령처럼 정치적 이해보다 국익을 앞세운 불굴의 뚝심으로 연금 개혁을 밀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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