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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나랏돈 통제수단 높인 재정준칙…국회는 또 '하세월'

■ 정부, 통제 수위 높인 '재정준칙 수정안' 국회 보고

관리재정 적자비율 2% 초과 땐

잉여금 전액 국가 채무상환 투입





이번 한 주 동안 경제이슈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기존 재정준칙보다 재정 통제 수위를 높인 수정안을 국회에 보고한 일입니다. 세계잉여금(직전 연도 회계 결산 후 남은 돈) 발생 시 국가채무 상환에 쓰는 비율을 30%에서 50%로 올린다는 조항에서 더 나아가 관리재정수지 허용 한도(적자 비율 2%)를 초과할 경우 잉여금을 100% 나랏빚을 갚는 데 쓴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는 재정 적정성 검토를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쳐 국회에 보고하는 조항도 신설해 야당을 설득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도 나섰습니다.

본래 ‘묻지마 반대’로 일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논의 테이블에 참여하면서 재정준칙이 속도감있게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반대만 하던 야당이 협상을 시작하면서 재정준칙에 ‘합의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까지 나오고, 통제 수위가 높아진 재정준칙에 대한 설왕설래까지 더해질 정도였지만 결과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기재부가 재정준칙 관련법(국가재정법) 수정안을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 의원들에게 전달한 당일 경제재정소위는 사회적경제법(사경법)을 중심으로 논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경법은 민주당의 숙원과 같은 법안입니다. 매 정부 마다 시도했지만 보수당은 ‘운동권 지대추구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했고 번번이 좌초됐습니다. 법안은 공공기관 구매 금액의 최대 10%를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조직’에서 의무적으로 사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그런데 여당은 사회적 기업에 운동권이 많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재정준칙 앞에 사경법을 꺼내든 민주당의 ‘꼼수’나 사회적 기업을 운동권과 등치시키는 시대착오적인 국민의힘이나 ‘정치’가 없는 국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형편입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신동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꼼수’·국힘의 ‘시대착오’…정치 없는 국회 민낯


그러다 보니 정작 통제 수위가 높아진 재정준칙 수정안에 대해선 논의 조차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가능성을 열어둔 수정안은 기존 선언적 수준에서 세계잉여금을 강도 높게 통제하는 방식으로 법안의 취지를 살렸습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세계잉여금이 발생하면 지방교부세를 먼저 정산하고 잔액의 30% 이상을 공적자금상환기금에 보탭니다. 또 잔액의 30% 이상을 국가채무 상환에 쓰는데 이미 개정안에서는 해당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수정안에서는 해당 조항이 있음에도 관리재정수지 허용 한도를 초과하면 세계잉여금 100%를 채무 상환에 쓰도록 예외 조항까지 신설했습니다. 앞서 개정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율이 60%를 넘을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즉 수정안은 해당 기준을 초과했을 경우 잉여금 전체를 무조건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더 강해진 재정준칙…기재부의 ‘속사정’


재정준칙이 담긴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 수개월째 계류된 상황에서도 정부가 재정 통제 수위를 재차 높인 것은 건전 재정을 담보할 방화벽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위기감이 컸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임 정부의 확장 재정으로 국가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올해 말 국가채무가 11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세수까지 비상등이 켜지자 재정 방파제를 이참에 제대로 쌓겠다고 판단했다는 셈입니다.





특히 경제재정소위 의원들에게 보고된 수정된 정부안에는 아예 관리재정수지가 허용 한도인 적자 비율 2%를 초과한 경우 세계잉여금을 100% 채무 상환에 쓰도록 명시(86조3의 2항)했습니다. 이미 정부안은 세계잉여금 발생 시 국가채무 상환에 쓰는 비율을 30%에서 50%로 올리도록 했는데 재정 건전성을 위해 추가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다만 정부는 국가재정법이 통과될 경우 시행 시기를 기존 ‘법 통과 후 즉시’에서 ‘2024년 1월 1일’로 바꿨습니다. 사실상 추경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추경에 대해 일축하고 있지만 공언했던 ‘상저하고’ 경기 흐름 전망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그만큼 수출 등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고 특히 내년 4월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현금 살포’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올 국가채무 1100조 돌파 우려에
경기 불확실성 커져 세수도 비상등
채무관리 강제, 추가 안전장치 마련
시행시기 법 통과 즉시→내년 수정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추경이 편성된다면 추가 국채 발행 없이 활용될 수 있는 재원을 3조 원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넘어오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이 6조 원이고 세수 오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내국세 초과 징수액이 4000억 원에 그친 만큼 잔액의 30%를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한다는 가정에서인데요.

하지만 재정준칙이 상반기에 국회를 통과하면 30%가 아닌 50%를 빚을 갚는 데 써야 해 추경 가용 재원은 2조 원 수준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정된 국가재정법의) 시행 시기를 미룬 것은 추경을 염두에 둔 것 말고는 이유가 없다”며 “상황이 어렵다 보니 수정한 것이지만 결국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은 일리가 있습니다. 2007년 국가재정법 시행 이후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지난해까지 편성된 추경은 모두 열여섯 차례에 이릅니다. 추경 요건을 명문화하기 이전 15년 동안의 추경 횟수(18회)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국회에는 ‘정치'는 사라졌지만 내년 총선 앞에 ‘추경’은 있을 겁니다. 기재부 입장에서 추경을 막을 수 없다면 추경 이후 재정의 방파제를 높일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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