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한 잔을 시키고 오랜 기간 카페에 머무는 이른바 '카공족'이 자영업자의 '빌런'으로 떠오른 가운데, 맥도날드에 장시간 앉아 공부하는 '맥공족'까지 등장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맥도날드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매장에 들여놓은 '힙바'라는 의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며 '맥공족'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될 지 네티즌들의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최근 트위터에 “일본 도쿄 내 맥도날드의 불쾌한(gross) 의자”라는 내용과 함께 사진을 공유했다. 단일 기둥으로 세워진 T모양의 1인용 의자로, 앉는 부분은 큰 성인 손 두 뼘 정도 크기의 쿠션 형태로 돼있다.
해당 의자에 대해 온라인에서는 ‘앉기가 어렵고 불편하다’는 지적부터 ‘오랫동안 가게에 앉아있지 못하게 하기 좋다’는 의견이 오간다. 일본 맥도날드는 야후 재팬을 통해 “의자의 이름은 ‘힙바(ヒップバ?·Hip Bar)’로 단시간에 빠른 식사를 하고자 하는 손님을 위해 설치됐다”며 “최대한 많은 고객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쿄, 나고야 내 3개의 점포에만 도입됐고 아직 (의자 설치를) 확장할 계획은 없다”며 “(일본 맥도날드에는) 아기 의자, 편안하고 넓은 소파 자리, 4~8인용 가족석 등 다양한 형태의 좌석이 있다. 앞으로도 점포별 고객 특성에 맞춰 좌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의자에 대해 “놀이기구 안전장치 같다”, “치질이 있으면 못 가겠다”, “엉덩이가 아플 것 같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신칸센(일본의 고속철도) 승강장 옆에 위치한 가게라 (빠른 회전율을 고려해) 설치된 것 같다”, “죽치고 앉아있는 맥공족 쫓기 좋아 보인다” 등의 반응도 보였다. 이 글은 게재된지 3일 만에 7000회 이상 공유됐다.
멀티탭까지 들고 오는 카공족, 해결책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카공족은 골칫거리다. 가격대가 낮은 커피 한 잔을 주문한 후 카페에 장시간 앉아있으면 회전율이 낮아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난방비와 전기료가 올라 카공족이 매출에까지 지장을 준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카페 전기도둑 잡았다 요놈’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을 올린 작성자는 “이거 이해할 수 있느냐”고 물으며 멀티탭과 각종 충전기, 전자기기로 가득 찬 카페 테이블 위 아메리카노로 추정되는 음료가 1잔뿐인 모습의 사진을 공개했다.
작성자는 “전기를 얼마나 쓰려고 멀티탭까지 들고 다니나 싶었는데 옆에서 열심히 핸드폰과 태블릿만 만지더라. 컴퓨터는 만지지도 않았다”며 “어이가 없어서 사진을 남겨뒀다”고 적었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이들을 제지할 방안으로 ‘와이파이 꺼두기’, ‘노트북 사용 금지라고 써붙이기’, ‘콘센트 막아버리기’, ‘2시간 정도로 시간 제한 두기’, ‘일부러 노래 크게 틀기’ 등을 제시했다.
"카페에 2시간 머무는 저, 진상인가요?"
카공족이 '공공의 적'으로 떠오르자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직장인들은 눈치 보기에 바쁘다. 카페에서 조용히 공부하는 것도 문제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반응이다. 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때는 추가 주문을 한다는 카공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카페를 장시간 이용하는 일부 사람들을 전체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4100원 커피 한 잔을 구매한 손님의 손익분기점은 1시간42분으로 조사됐다. 비(非)프랜차이즈 카페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8개 테이블 △테이크아웃 비율 29% △하루 12시간 영업하는 가게라고 가정해 계산한 수치다. 여기에 업주들의 의견을 종합할 경우 음료 1잔 당 평균 2시간 정도 이용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페에서 음료 한 잔으로 3~4시간 매장을 이용하면 회전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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