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모함 니미츠함(CVN-68) 등 미국 제11항모강습단이 27일 한반도에 출동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확장 억제’ 안보 공약의 실행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이날 미 항모의 한반도 전개에 앞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으로 쏘며 무력시위성 도발을 이어갔다.
국방부는 이날 “미 제11항모강습단이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위해 제주 인근에서 연합해상훈련을 한 뒤 28일 오전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다”고 밝혔다. 미 항공모함의 방한은 지난해 9월 22일 로널드레이건함을 포함한 미 제5항모강습단의 부산작전기지 입항 이후 6개월 만이다. 미 제11항모강습단은 항모 니미츠함을 기함으로 순양함 벙커힐함(CG-52), 이지스구축함 웨인E메이어함(DDG-108)·디케이터함(DDG-73)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방부는 미 항모강습단의 방한에 대해 “미 전략자산의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의 전개와 확장 억제의 행동화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는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핵 사용은 전적으로 미국이 결정하지만 북한이 도발했을 때 핵 보복까지의 과정에서 한국의 참여와 발언권을 늘리는 방향으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한미가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10일 윤 대통령은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미가 핵 기획 및 실행 체계를 확립해 확장 억제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한미 해군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미 제11항모강습단과 우리 해군의 세종대왕함(DDG-991)과 최영함(DDH-981)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항모 호송 훈련과 방공전 등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했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훈련 중인 니미츠함에 승선해 연합해상훈련 상황을 지도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한미 동맹은 ‘적의 핵공격 시도는 곧 정권 종말’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항모가 한반도에 전개한 이날 북한은 오전 7시 47분께부터 8시께까지 황해북도 중화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2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들 미사일은 각각 370여 ㎞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북한이 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되며 함경북도 길주 앞바다 알섬 방향으로 날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도발은 이달 21∼23일 수중 드론 형태의 ‘핵어뢰’인 '핵무인수중공격정’과 ‘북한판 토마호크(KN-27)’로 평가되는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을 쏜 지 나흘 만이다. 한미는 조만간 대규모 한미 쌍용상륙훈련을 동해안에서 실시할 계획이어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상된다. 권구찬 선임기자 이승배·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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