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쇄 부실 사태로 국내외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콜옵션 매도로 초과 수익을 누릴 수 있는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에 개미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2월 27일~3월 27일) 국내에 상장된 커버드콜 ETF 8종 전부가 개인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커버드콜(합성)’로 개인들이 총 60억 원을 순매수했다. 수익률 역시 같은 기간 3.76%를 기록해 코스피(-0.59%)를 압도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미국배당프리미엄액티브(15억 6431만 원)’ 도 인기를 모으는 등 8개 상품의 총 순매수 금액은 106억 원에 달한다.
커버드 콜이란 주식 현물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사전에 정한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옵션 프리미엄(옵션 가격)’을 안정적으로 얻는 것을 말한다. 옵션 프리미엄으로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일부 메꿀 수 있어 하락장이나 횡보장에서 각광받는다.
특히 주식시장이 높은 변동성 속에서 횡보할 때 수익률이 가장 좋다. 변동성이 높을수록 옵션 프리미엄도 비싸지기 때문이다. 실제 NH투자증권(005940)이 1990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증시를 분석한 결과 횡보장(연평균수익률 0%~9.6%)일 때 커버드콜의 수익률은 6.3%로 S&P 500(3.8%) 대비 2.5%포인트의 초과 수익률을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외 증시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커버드콜 투자가 유효한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부터 시장이 횡보하며 S&P 500이 2.4%의 수익률을 기록할 때, 커버드콜은 3.4% 수익률을 올려 시장 대비 1%포인트 초과 수익을 실현했다”며 “‘뱅크데믹’ 위기가 가라앉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종료하기 전까지는 국내외 증시가 횡보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주식만큼의 수익률을 올리기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증시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데, 커버드콜은 주가 상승을 콜옵션 매도 손실이 깎아먹기 때문에 상승장에서 상승 폭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만 커버드콜은 증시 대비 변동성이 낮고, 매달 정기적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ETF가 많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에겐 적합하다는 분석이 따른다. 허 연구원은 “실제 1988년부터 현재까지 커버드콜(0.65)의 샤프지수(리스크 대비 수익성, 숫자가 클수록 수익성이 좋음)는 S&P500(0.56)보다 높았다”며 “안정적인 장기 투자용으로도 괜찮은 상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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