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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들 수 있다고? [지구용]

90일 동안 25미터 자라는 대나무·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든 종이

산림 훼손 최소화, 재활용·생분해도…이미 카페 포장재 등 상용화

해조류·코코아·오렌지 껍질 등 다양한 친환경 종이 소재 후보들

한솔PNS의 사탕수수 부산물 종이 '슈가팩'으로 만든 스벅 포장재. /사진제공=한솔PNS




종이는 아무래도 플라스틱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쓸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나무를 베어서 종이를 만드느라 숲이 사라지고 숲의 탄소 흡수량도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종이 사용 역시 기후 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 그래서 최근에는 나무가 아닌, 대나무와 사탕수수 부산물 등으로 만든 종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꽤 빠르게 확산이 되면서 어느새 스타벅스 포장재로도 쓰일 정도입니다. 정말 환경에 좋은 것이 맞는지 궁금해서 종이 회사인 한솔PNS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종이의 세계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90일간 25미터 자라는 위대한 성장판


한솔PNS가 요즘 국내에서 밀고 있는 친환경 종이는 '더 밤부'와 '슈가팩'입니다. 이름처럼 더 밤부는 대나무로, 슈가팩은 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듭니다. 대나무(특히 몰랐던 분 많으실 듯합니다)도 사탕수수도 식물학적으로 나무가 아니라 풀입니다. 그래서 두 원료는 '비목재'로 분류됩니다.

두 원료의 장점은 요래요.

▲대나무
: 90일 동안 25미터 자라는 미친 성장판 보유. 일반 나무라면 6~20년 걸릴 속도. 덕분에 일반 나무보다 이산화탄소를 3배 가까이 흡수하고 산소는 35% 더 방출. 대나무숲 1헥타르는 연 33.5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대나무 920그루만 있으면 4인 가족의 연간 탄소배출량을 흡수하는 셈.
▲사탕수수 부산물


: 사탕수수로 설탕을 만든 다음 남은 부산물로 펄프 생산. 사탕수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농작물(1헥타르당 10톤)이기 때문에 부산물도 넘쳐난다고.


한솔이 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든 슈가팩은 맨 위 스벅 사진처럼 이미 곳곳에서 포장재로 쓰고 있습니다. 섬유질 특성상 강도가 좀 떨어져서 무거운 물건을 담는 포장재로는 쓰기 어렵단 한계가 있긴 합니다. 둘 다 종이로 분리배출해서 재활용 가능. 종이니까 생분해도 빠릅니다. 일반 목재 종이는 5개월, 더밤부도 5개월, 슈가팩은 3개월이라고 합니다.

(*다만 기름기 많은 식품류를 담기 위해, 강도를 높이기 위해 종이에 코팅을 하면 생분해는 힘들어집니다. 코팅은 필름 코팅, 액 코팅 두 종류인데 수분 또는 기름 함유량이 많은 식품 쪽은 아무래도 코팅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다만 액 코팅은 재활용은 가능해서 환경 측면에선 낫다고.)

어디까지 알아보셨어요? 저는 코끼리똥


더 밤부, 슈가팩 둘 다 최근 출시된 것 치고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이제 지구용이 검증할 차례. 한솔PNS의 박경윤 책임님, 최원휘 선임님이 이런저런 질문에 답해주셨습니다.

◇지구용 : 가격이 의외로 싸다면서요?

한솔PNS=아무리 좋은 제품이어도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하니까요. 원래 포장재용으로 흔하게 쓰는 종이가 '로얄 아이보리'라는 종이예요. 모든 제지사에서 만들도 가격도 거의 통일된 수준. 더 밤부랑 슈가팩 가격은 로얄 아이보리랑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합니다. 제품의 빠른 확산을 위해서, 지구를 위해서 울 회사 이익률을 많이 낮췄거든요. 친환경 종이 시장을 빨리 선점해야겠단 취지도 있고요.

진짜 환경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제품들입니다. 그렇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스벅 포장재가 슈가팩인지 뭔지 잘 모르죠. 담당자는 그저 웁니다...



◇그런데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니까 아무래도 탄소배출량이 많아져서 아쉽습니다.

한솔PNS=아십니까...어차피 우리나라는 펄프를 100% 수입한단 사실을...? 어떤 종이든 배를 타고 들어온 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별 차이는 없답니다. 아쉽게도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그만큼 대나무를 키울 땅도 없고 사탕수수는 기후가 달라서 못 키웁니다. 인건비 등등 수지타산도 안 맞고요.

◇다른 친환경 종이 소재는 뭐가 있을까요?

한솔PNS=회사 차원에서 여러가지 알아보는 중입니다. 해조류가 있는데 아직은 가격때문에 대중화되기 어렵겠더라고요. 코르크, 대마, 보리, 코코아, 원두 부산물, 바나나 줄기, 오렌지 껍질 등등도 검토 대상입니다.

심지어 인도의 코끼리똥이라든가 다른 동물 똥도 알아봤습니다. 그 양과 풍부한 섬유질이란...!! 다들 좋은 소재인데 아직까진 가격이 관건이죠. 기술이 좋아져서 생산 비용도 싸지면 더 다양한 친환경 종이가 등장할 전망입니다.



◇언젠가 종이가 플라스틱을 일부라도 대체할 수 있을까요?

한솔PNS=종이의 유일한 단점은 강도와 내구성입니다. 젖지 않는 종이는 이미 있긴 하고, 자동차 부품으로 쓸 정도로 내구성 강한 종이도 개발됐다는데 역시 대중화되기엔 아직 어려워요. 그래도 플라스틱 빨대이 종이 빨대로, 비닐 쇼핑백이 종이 쇼핑백, 화장품 플라스틱 패키지가 종이 패키지로 많이 바뀌고 있는 것처럼 이미 어느 정도는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단계입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친환경 종이' 인증


친환경 종이 인증 마크로 제일 유명한 건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 인증. 지속가능한 방식(불법 벌목X, 무분별한 벌목X, 원주민과 지역사회 권리 보장 O, 환경 영향 관리 O)으로 생산된 종이와 상품에 주어지는 국제인증입니다. 그런데 어차피 나무를 베어서 만든 종이를 위한 인증이라 숲 훼손을 피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지속가능한 종이를 기껏 써놓고 재활용 안 되는 필름 코팅을 덧입혀도 FSC 마크 쓰는 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코팅 여부까지 확인해야된다니, 시급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종이의 세계, 좀 이해가 되셨습니까? "현재의 종이 시장에서 최선의 제품"이라는 박 책임님의 자신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직까진 종이만 단독으로 포장재를 쓸 수 없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점점 빠르게 바뀌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진짜 코끼리똥 종이도 출시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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