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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인증, 어디까지 아시나요[지구용]

'계란 사육환경 표시제', '동물복지인증 마크' 여전히 낮은 인지도

"축산물 소비 줄여야" 응답 47.4%… 이상·현실 사이 괴리 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이미지투데이




※기사 내 링크는 서울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고기는 여전히 맛있고 힘을 내게 해 주는 음식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8.4kg, 쌀 소비량(56.7%kg)을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육류 소비량 중 돼지고기는 28.5kg, 소고기는 14.8kg입니다.

전국민이 하루아침에 ‘비건될 결심’을 할 수는 없을 테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결국 농장 동물들의 복지일 겁니다. 어차피 죽여서 잡아먹을 건데 무슨 복지를 논하나 싶기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농장 동물들의 환경 개선과 비건 인구 증가가 아주 느리게나마 함께 진행될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겠죠.

오늘 지구용 레터에서 들려드릴 이야기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농장동물복지 조사 결과입니다.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렸는데, 어웨어와 동물단체 분들뿐만 아니라 농장주 분들, 공무원 분들, 국회의원들까지 참석해서 꽤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의지는 충분, 하지만 현실은...


우선 조사 결과부터. 어웨어는 20~6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2000명 중 95.7%가 "공장식 축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조금 인류애가 솟는 결과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생각만 할뿐...응답자 중 동물복지 인증 계란을 산다는 소비자는 10명 중 1명도 안 됐습니다. 그리고 '계란 사육환경 표시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응답자도 27.3%뿐이었습니다.



지구용사님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신규 용사님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1번은 야외 방사장에서 풀어 키운 닭이 낳은 계란, 2번은 야외 방사장은 없지만 실내에서 좀 더 넓은 공간에 풀어 키운 닭의 계란, 3번과 4번(3번보다 더 좁음)은 케이지로 가득한 공장형 농장 출신입니다. (지구용의 동물복지 농장 방문기 다시 읽기)

그리고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을 사봤다는 응답자도 36.4%로 낮은 편이었습니다. 동물복지인증 마크(아래)를 고르라고 했을 때 '무항생제'나 'HACCP'처럼 동물복지와 거리가 멀거나 관계 없는 마크를 고른 응답자들도 30% 이상이었고요.

◆동물복지 축산농장


2023년 3월 현재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427개 농장 중 산란계 농장은 227개(53.2%), 육계 농장은 145개(34%). 돼지농장은 18개, 젖소농장은 31개, 한우농장은 6개.


그렇지만 다행히도, 앞으로 축산물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자가 47.4%였는데 이 분들이 소비를 줄이는 이유로는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72.5%)', '건강을 위해(36.6%)', '공장식 축산이 동물복지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32.9%)'가 꼽혔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 그 어딘가


그래서 앞으로 용사님들, 국회의원들, 농장주님들이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날 ‘농장동물 복지 향상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토론회’ 참가자 분들의 말씀 옮겨 보겠습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님

: 축산은 정책 제언이 참 어렵습니다. 사육 밀도 낮추고, 덜 먹고, 더 비싸게 팔면 좋단 걸 누가 모르겠습니까. 전체 국민 중 비건은 1%대인데...이미 있는 제도들을 잘 활용하고 현실성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임신한 돼지를 철제 틀에 가둬 키우는 스톨 사육은 2029년까지 완전 금지될 예정인데 특히 60대 이상 농장주들은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제도에 맞춰 바꾸도록 유인책이 필요하고 판로 확보도 도와야겠죠. 보편적인 동물복지 기준을 담은 농장동물복지법도 따로 필요하고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임무를 담당할 인력이 너무나 부족하니까 인력 보강도 필요합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님

: 동물복지를 개선하려면 누군가는 그 비용을 내야 합니다. 소비자, 생산자, 정부가 균형점을 찾으려는 합의가 쉽지 않고요. 공공급식 시장에서의 채식 선택권을 늘리는 등 동물 이용을 줄이고, 농장 동물 환경&동물복지에 관한 기준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 장기적으로 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표준형 축산 모델, 유통 마진을 생산자와 소비자에 돌려주는 단순한 유통 구조도 필요합니다.

김영환 케어 대표님

: 사람의 가치가 아닌 동물 당사자의 가치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해봐야 결국 사람의 언어가 매개될 뿐이고요. 동물이 어떻게 사는지가 드러나야하고, 농림부에서 실태조사부터 먼저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드러내야 하니까요.

(여기서 윤미향 국회의원님도 "농장 복지가 실현되려면 얼마나 예산이 필요한지, 뭘 개선해야 할지 파악해야 이런 토론회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겠다"고 공감!)

◆돈마루 안형철 대표님

: 저희 농장은 거의 최초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아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복지를 한다고 하면 농장주들 쪽에선 '너희가 동물복지를 알아?'란 반응이고 동물단체들은 '그 수준으로 동물복지라고?'란 반응이죠. 돼지들은 진흙 목욕을 좋아하는데, 일반인들은 그 풍경을 보면 "더럽게 키운다"고 해요. 동물복지는 돼지가 습성대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건데 말입니다.

결국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겠죠. 현실적으로 아주 복잡하긴 합니다. 농장을 개선하고 물, 사료, 선풍기 등 다 바꾸면 수십억원도 모자라거든요. 공사 하는 동안 직원 월급도 세금도 못 감당하고요.

어렵게 동물복지 인증을 받아도 실제 성과로 이어지긴 어려워요. 저희 제품은 마켓컬리, 올가 같은 곳에 다 입점해 있지만 십조원 규모의 돼지고기 시장에서 동물복지 제품의 비중은 굉장히 낮습니다.

돼지 농장을 적으로 치부해버리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렇게 되면 같이 대화를 할 수 없거든요.

사진 제공=어웨어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평소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문제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모두가 함께 변화할 수 있도록 대화와 설득이 중요하단 사실을 새삼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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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이미지투데이


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는→https://url.kr/use4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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