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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치료 7년 노하우의 힘…90세 환자도 3회만에 종양 사라져

[메디컬 인사이드]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센터장

2015년 국내 민간병원 첫 도입

간암·두경부암·폐암·뇌종양 등

작년 누적 환자수 5000례 달성

마취팀 도움으로 인공호흡기 적용

치료횟수 3~5회까지 대폭 낮춰

면역항암제와 병행 임상시험도

고령화 추세에 따라 노인 암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왼쪽이 처음 내원하셨을 때 찍었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이고요. 오른쪽이 오늘 오전 검사 결과입니다. 간 주변에 커다랗게 보이던 덩어리가 말끔히 사라졌죠?”

“예, 제 눈에도 똑똑히 보입니다. 이 나이에도 암치료가 가능할까 반신반의했는데 꿈만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3회에 걸친 양성자치료 1사이클을 끝내고 추적검사를 받으러 온 서경제(91·가명)씨.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의 손을 맞잡고 연신 감사인사를 하며 진료실을 나섰다. 서씨는 지난해 아들 내외의 손에 이끌려 검진차 병원을 찾았다가 간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서씨의 나이는 90세. ‘아직 암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료진의 말에도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조기 간암은 간절제술 외에도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간동맥에 항암제와 색전물질을 투여해 종양을 괴사시키는 색전술, 마찰열로 종양세포를 괴사시키는 고주파열치료술 등이 시도된다.

◇ 수술·색전술 불가한 간암 환자도 ‘양성자치료’로 새 희망


이같은 표준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양성자치료를 고려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 시설을 갖춘 곳은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 두 곳뿐이다. 부산에 사는 서씨에겐 통원치료를 받으러 오가는 일 자체가 부담이었다. ‘방사선치료는 적어도 10번 이상 받아야 한다던데’ 몇달씩 병원을 오가며 큰 돈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 서씨. 부쩍 떨어진 체력 탓에 몸이 버텨낼 수 있을지도 엄두가 나질 않았다. 박 센터장은 “대안이 없어 양성자치료를 받았던 간세포암 환자 10명 중 7명에서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고령이라도 충분히 시도해 볼만 하다”고 권했다. 고심 끝에 양성자치료를 받은지 단 3회만에 ‘종양이 사라져 치료를 중단해도 되겠다’는 소견을 들은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 의료진이 환자에게 양성자치료를 준비 중인 모습.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Proton Therapy)는 수소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를 빛의 60% 속도까지 가속시켜 암이 생긴 부위에 쏘아서 암조직을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빔이 인체를 통과할 때 별다른 반응 없이 통과하다가 암조직에 도달하는 순간 에너지 전달이 절정에 이르고 암조직을 지나치는 순간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고유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한다. ‘브래그 피그(Bragg Peak)’라 불리는 이 현상은 중입자치료와 원리가 동일하다.

X선을 이용한 기존 방사선치료는 피부에서부터 암세포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생체조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강한 충격을 줄 수 없었다. 반면 입자선치료는 목표물인 암세포에 도달한 뒤에야 에너지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종양 사멸효과가 강력한데도 주변 정상세포 손상이 적다.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장이 양성자치료의 원리와 장점에 대해 설명 중이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다만 방사선량이 높아진 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간·폐처럼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장기의 종양을 치료할 때는 기계의 성능이 받쳐줘야 함은 물론이고 환자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박 센터장은 “30분 가량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한숨을 쉬거나 심호흡을 해서도 안된다. 고령 환자들은 이해력 차이가 크고 폐기능이 약해서 고른 호흡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양성자치료센터 전담 마취팀의 도움을 받아 인공호흡기를 적용하면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치료횟수를 3~5회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자세 유지 등 협조가 어려워 제한적으로 적용됐던 소아암 환자들에게도 소아청소년과·마취통증의학과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필요한 경우 마취 유도 하에 양성자치료를 시행하며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 삼성서울병원, 2015년 양성자치료 시작…7년만에 5000례 달성


2015년 12월 국내 민간병원 최초로 양성자치료를 시작한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0월 누적 환자 수 5000례를 달성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부제로 2개의 치료실을 동시 운영하며 매일 50건 가까이 치료한다. 비슷한 시기 진료를 시작한 다른 국가 대비 2~4배 수준의 성장세다.

1세대 양성자 빔 조사방식보다 훨씬 진보한 '스캐닝 치료법' 비중이 90%를 넘으며 질적 성장도 이뤘다. 스캐닝은 암조직 주변에 장기가 밀집돼 정교한 치료가 필요할 때 적합한 기법으로 난이도가 높아 전 세계적으로 미국 메이요클리닉 정도에서만 시행된다. 지난 7년간 삼성서울병원에서 양성자치료를 시행받은 주요 암종은 간암·두경부암·폐암·뇌종양 순이다. 그 중 간암과 두경부암은 각각 1000례, 폐암은 700례가 넘는다.

특히 움직이는 간암에서 스캐닝 방식의 양성자치료를 시행하며 85% 이상의 1년 종양소멸률을 달성하고 유럽방사선종양학회에 보고하는 성과를 올렸다.

박 센터장은 “연간 1만 2000건의 양성자치료를 소화하는 데도 여전히 대기일수가 길어 안타깝다며 “더 많은 환자에게 더 효율적으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대기가 너무 길어질 때는 개별 환자 컨디션을 고려해 X선 방사선치료로 시작해 부스트 요법으로 양성자치료로 시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 양성자치료를 병행하는 임상시험에도 착수했다.

그는 “고령 암환자가 늘어나면서 입자선을 이용한 방사선치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양성자치료에 이어 중입자치료가 도입되면 난치암 치료성적과 환자들의 삶의 질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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