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의 질주에 힘입어 11개월 만에 900선 탈환을 눈앞에 둔 코스닥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2년 4개월 만에 코스닥의 신용 융자 잔액이 코스피를 뛰어넘으며 10조 원 돌파를 목전에 두면서다. 코스닥 상승을 주도한 ‘에코프로(086520) 3형제’의 대차 잔액이 한 달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한 점도 위기감을 더하는 요인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의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10일 기준 9조 9764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14일(10조 135억 원) 이후 최고치로 지난해 말(7조 7609억 원)에 비해 28.5% 증가했다. 3월 24일 이후 12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코스닥 신용거래 급증은 시장의 단기 과열로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었다는 의미다. 올 들어 세계 최고 지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코스닥은 이날도 1.26% 오른 898.94로 장을 마감했다. 신용 잔액 증가 속도는 시장 규모가 코스피의 5분의 1 수준인 코스닥이 단연 빠르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신용 잔액은 올 초 이후 2조 8760억 원 늘었는데 이 중 코스닥 증가분이 2조 2155억 원에 달한다.
최근 에코프로 3형제를 비롯해 2차전지 종목들의 주가가 단기 폭등한 것도 코스닥의 신용거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3월 이후 이달 10일까지 코스닥에서 신용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 1~3위는 모두 2차전지 기업이다. 1위는 엘앤에프(066970)로 한 달 만에 신용 잔액이 1508억 원 증가했다. 2위와 3위는 에코프로(1224억 원)와 에코프로비엠(247540)(1147억 원)이다.
코스닥의 위기감은 공매도 예비 지표로 불리는 대차 잔액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3월 이후 코스닥 시가총액 증가분 중 절반가량을 차지한 에코프로 3형제의 대차 잔액은 두 배 증가했다. 지난달 2일 기준 2조 8615억 원이던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의 대차 잔액 합계는 이달 10일 6조 738억 원까지 불어났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세력들이 점차 몸집을 불리고 있는 셈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코스닥은 외국인과 기관은 팔고 개인만 사들이는 양상을 보이는데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들의 수급에 공백이 생기면 지수 하락과 함께 늘어난 신용거래와 공매도에 의한 변동성이 극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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