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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한국 못 오는 '직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전시를 통해 5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직지는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충청북도 흥덕사에서 백운 경한 스님이 부처님과 고승의 가르침을 담아 금속활자로 간행한 책이다. 서구에 지식 혁명을 일으킨 구텐베르크 성서(1455년)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선 자랑스러운 유물이다. 당초 상·하 2권으로 간행됐지만 현재는 1896년 조선에 부임한 프랑스 외교관 빅토르 콜랭 드플랑시가 한성에서 구매해 프랑스로 가져간 하권만 남아 있다. 이후 1911년 프랑스 경매에 나온 직지는 180프랑에 골동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의 손으로 넘어갔고, 1950년 국립도서관에 기증됐다.



‘한국책 109번’으로 등록 분류돼 도서관 서고에 묻혀 있던 직지를 알아본 이는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고(故) 박병선 박사였다. 1972년 ‘제1회 세계 도서의 해’와 1973년 ‘동양의 보물전’ 두 차례의 전시로 세계에 그 존재가 알려진 직지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1973년 전시 이후 도서관 수장고에서 반백 년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직지는 단 한 번도 한국에 오지 못했다.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2001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국내 전시를 위한 대여를 요청했지만 프랑스 정부는 한국에 ‘압류면제법’이 없어 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압류면제법은 해외에서 대여한 유물이나 자료를 압류·양도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으로 독일·프랑스·벨기에·스위스·캐나다·미국·호주·일본 등이 관련 법 조항을 갖추고 있다.

법을 제정하면 불법 반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까지 압류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우리 문화재를 직접 접할 기회조차 갖지 못해서는 안 된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상대국을 설득할 역량을 발휘해야겠지만 외교에만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불법 반출 문화재를 효과적으로 환수하고 합법적으로 외국이 소유한 문화재는 우리 국민들도 향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묘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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