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30일 제천 산불 당시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원은 “김 지사가 폭탄주 20여 잔을 마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김 지사 측이 술자리에 참석해 “물만 마셨다”고 해명했다가 “술잔에 입만 댔다”고 말을 바꾼 만큼 산불 중 술자리 논란은 ‘거짓말 논란’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박진희 충북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복수의 동석자에 따르면 김 지사가 마신 술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일명 폭탄주”라며 “마신 술의 양은 족히 20여잔”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마신 탓인지 얼굴은 심하게 붉어졌고 취기에 흥겹게 부른 노래가 두 곡이나 된다”며 “폭탄주를 수십잔 마시고 노래까지 부르는 간담회가 세상천지 어디에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의 주장은 그동안 있었던 김 지사 측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동안 김 지사와 측근들은 “술을 입에 갖다 댄 정도”라고 주장해왔다.
박 의원은 “김지사가 폭탄주를 마시던 시간에 제천주민들은 산불을 피해 대피한 상황이었고, 소방대원 등 공무원 200여명은 생명을 걸고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다”며 “김 지사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지사의 거짓말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며 “김 지사는 ‘산불이 난 와중에 술판을 벌였다면 도지사 자격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의 발언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 측과 일부 술자리 동석자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윤홍창 도 대변인은 이날 “김 지사가 마신 술은 한두 잔이 전부”라며 “김 지사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음주사실을 부인한 일부 보도내용은 참모진의 말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변인은 “김 지사는 충주에서 산불발생 상황을 점검했고, 진화율이 85%로 높아지자 예정됐던 청년 간담회에 참석한 것”이라며 “김 지사는 술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붉어지는 체질”이라고 말했다. 노래까지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간담회 참석자가 원해 민중가요를 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가 갔던 술집 주인 A씨도 “참석자 중 한 분이 노래하는 분인데 그분이 먼저 한 후 김 지사에게 한 곡 불러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김 지사가 마지못해 반 곡 정도를 불렀고 한 곡 더 해달라고 하자 짧게 한 소절 정도 했다”며 김 지사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당시 현장에 있던 윤창규 충주의료원장은 “김 지사 주량을 잘 아는데, 폭탄주 20잔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시각각 비서를 통해 (산불 상황) 보고받고 있었다”며 “본분을 망각하고 술판을 벌인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제 명예를 위해 부득이 사법적 판단을 구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곧 법률가들의 조언을 들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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