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의 ‘도미노 금리 인상’을 촉발했던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지만 꾸준한 둔화세가 확인된 만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한 차례의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동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은 벌써부터 ‘연내 금리 인하’를 바라보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에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지만 그의 발언에 앞서 연준 연구진이 연말 경기 침체를 경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12일(현지 시간)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달 베이비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69.3%로 보고 있다. 금리를 동결해 현 수준(4.75~5%)을 유지할 가능성은 30.7%로 집계됐다. 이달 6일만 해도 동결 전망이 50.8%, 인상 전망이 49.2%로 엇비슷했지만 1주일 만에 인상 가능성이 약 20%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5% 올라 2021년 5월 이후 가장 상승 폭이 작았지만 문제는 근원 CPI다.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전년 대비 5.6% 증가해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전체 CPI 상승률을 웃돌았다. 로이터통신은 “주거·서비스 항목 등의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라며 “이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인 2%로 낮추기 위해 정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둔화세는 확실한 만큼 연준이 5월을 마지막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13일 발표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전년 대비 2.7%로 전월(4.6%)보다 상승폭이 확연히 줄었다.
채권·선물시장에서는 더 나아가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를 선반영하는 지표로 꼽히는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8일 5.07%까지 올랐지만 이후 경기 침체 우려로 꾸준히 하락했고 12일에도 3.97% 근처에서 움직였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5.25%로 유지될 가능성을 단 1.1%로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이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반응하는 셈이다.
연내 금리 인하론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12일 공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는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이 최근의 은행 불안을 이유로 “연말부터 경미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 내부에서 침체 경고가 나온 것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연준이 받는 금리 인하 압박이 높아진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13일 미 노동부는 지난주(4월 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3만 9000건으로 전 주(22만 8000건)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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