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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속 가능한 택시요금정책

박호철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

획일·경직된 요금에 '택시대란' 반복

정책·공급자 중심으론 근본적 한계

심야대란·공간적 불평등 해소 위해선

이용자 수요 맞춰 탄력요금제 고려를

박호철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많은 부분이 기존의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택시 업계는 ‘심야 택시 대란’이라는 이름으로 위기를 맞았다. 심야 택시 대란은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증가한 택시 이용자의 수요와 기사의 공급 간 불균형 문제다. 기사 공급 부족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택시 수입 감소로 인해 택시 기사들이 수입이 많은 플랫폼 사업(배달·택배 등)으로 옮겨가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까지 서울 심야 시간의 택시 배차 성공률은 20~30% 수준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심각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는 수요·공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개인택시 부제 해제, 심야 한정 탄력 호출료 확대, 파트타임 근로 허용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택시 요금 정책뿐 아니라 다양한 택시 규제 개혁을 통해 택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이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심야 택시 할증 체계를 개편하고 올 2월 중형 택시의 기본요금을 1000원 인상했다. 연말 심야 택시 대란을 예방하기 위한 이런 조치는 일정 부분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7일 심야 시간(오후 10시~오전 3시) 택시 배차 성공률은 65%로 11월(36%)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특히 개인택시의 심야 시간 공급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획일적이고 경직된 요금 인상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많은 시민은 비싼 요금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택시 이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싼 요금은 택시 수요가 집중되는 연말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택시 수요가 감소하는 평시에도 비싼 요금을 그대로 적용하면 택시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 올해 경제 불황과 맞물린 수요 감소는 택시 업계의 수익 악화로 이어지고 지속적인 기사 이탈로 인한 택시 대란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택시 업계의 수익률 감소로 개인택시 부제 재시행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할증요금제로 법인 택시 기사의 유입보다는 개인택시의 심야 시간 공급이 늘어난 점도 새로운 택시 대란의 위험성을 높인다. 법인 택시 기사 유입은 전체 택시 기사 수의 증가를 가져오지만 다른 시간대에 영업하던 개인택시의 심야 시간대 공급 증대는 다른 시간대의 공급 감소를 의미한다. 새벽이나 출근 시간에 영업하던 개인택시의 공급이 감소하면서 새로운 택시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현행 요금 체계는 서울시 내 지역적 불평등도 유발한다. 대한교통학회에 따르면 요금 인상으로 강남·홍대 등 서울 주요 도심 내 택시 대기 시간은 크게 감소했으나 서울 외곽 지역은 그렇지 않았다. 시공간적으로 경직된 현행 택시 요금 체계는 정책 입안자 및 택시 공급자 중심의 요금 체계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지속 가능한 택시 산업을 위해서는 공급과 수요를 모두 고려할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요금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먼저 이용자의 시공간적 불평등과 심야 시간의 급격한 수요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시공간적 수급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용자는 수급 상황에 맞는 적절한 요금을 지불하고 공급자 측면에서는 적정 수요 확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중형 택시의 경직된 요금 체계를 벗어난 다양한 요금제 정책도 요구된다. 편리한 서비스에 대한 추가 비용 지불이 가능한 이용자들에게는 그에 맞는 요금제 허용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농어촌 지역에 특화된 복지 택시와 같이 저렴한 비용으로 최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택시와 이용자들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한 고급 택시의 확대라는 이원화된 택시 정책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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