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AI기본사회는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김윤명 박사의 AI웨이브]

김윤명 디지털정책연구소장(법학박사)

이미지투데이




대한민국은 기술의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산업의 도구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필수조건’으로 변화하고 있다. 행정은 AI로 자동화되고, 교육은 AI 튜터와 함께 이뤄지며, 의료와 돌봄도 AI 기반 플랫폼 위에서 작동한다. 문제는 이 기술 전환이 과연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로 주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기술의 혜택은 불균등하게 분배되어 왔다. 고소득층과 대도시는 AI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지만, 농어촌 주민,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은 여전히 ‘기술 밖의 세계’에 머물러 있다. 인공지능은 기회의 문이지만, 통제되지 않으면 또 하나의 격차가 된다. 이제 우리는 이 기술을 모두의 삶을 위한 기반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AI 기본사회의 출발점이다.

AI 기본사회는 기술로 국민의 기본적 삶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AI는 더 이상 소수의 자산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향유해야 할 권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안한 기본사회는 주거, 의료, 교육, 돌봄, 교통, 정보 접근 등 국민 삶 전반을 헌법상 권리로 실현하겠다는 선언이며, 기술 역시 그 일부로 포함된다. 국가는 이제 기술 기반 삶까지 책임지는 방향으로 거버넌스를 전환해야 한다.

기존 복지제도가 ‘일할 수 있어야 지원받는다’는 전제에 기반했다면, AI 기본사회는 ‘기술이 노동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시대’를 전제로 한다. 탈락자를 보조하는 정책이 아니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디지털 기반 안전망이 핵심이다. AI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며, 국민의 존엄을 지탱하는 사회적 인프라다.

그러나 기술 인프라만으로는 기본사회가 실현되지 않는다. AI 기본사회는 기술, 제도, 참여라는 세 축 위에 세워져야 한다.

첫째, 기술의 축으로는 공공이 주도하는 AI 인프라가 필요하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국민 AI 비서, 지역 기반 디지털 도움센터,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RAG 시스템 등이 핵심이다. 특정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개방형 모델과 공공데이터의 결합으로 모두의 AI를 실현해야 한다. 공공데이터는 국민의 것이며, 그것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 역시 공공이어야 한다.

둘째, 제도의 축으로는 ‘AI 기본권 헌장’ 제정과 ‘기본사회위원회’ 설치가 요구된다. AI 접근권, 이용권, 설명요구권, 포용권 등 새로운 사회권을 법제화하고, 이를 실행할 전담 기구를 통해 지속가능한 정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소득, 돌봄, 교육, 주거 등 복지 각 분야의 정책을 AI 시대에 맞게 재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셋째, 참여의 축으로는 기술 통제를 기술자에게만 맡기지 않는 참여형 AI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시민, 기술자, 법률가, 정책가가 함께 참여하는 AI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공공 알고리즘의 투명성, 영향평가, 사전 인증 및 사후 모니터링 제도를 통해 기술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 민주주의는 선언이 아니라 구조화된 참여 설계로 가능하다.

AI는 인간의 삶을 돕는 도구여야 한다. 경쟁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존엄한 삶을 위한 기술이 되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고 기술이 주변을 채우는 사회가 바로 AI 기본사회다.

기술복지(tech-welfare)는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AI는 교육, 건강, 노동 등 인간다운 삶의 전 영역을 지지하는 공공 기반이 되어야 한다. 단절 없는 돌봄, 개인화된 교육, 데이터 기반 복지는 AI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AI 기본권은 선택이 아닌 새로운 사회권으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지금은 기술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AI 기본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우리는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더 날카롭게 물어야 한다. AI 기본사회는 그러한 질문에서 출발한 사회 비전이며, ‘모두의 AI’는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 전략이다.

AI가 갖는 가치는 기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국민의 권리이기도 하다.

서경In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