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의 여파로 지난달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은행권 불안까지 가세하며 저신용 기업의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 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무디스의 평가 기업 가운데 15곳이 지난달 디폴트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이 숫자는 올해 1월 6곳, 2월 12곳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 1분기 동안 디폴트를 선언한 무디스 평가 기업은 총 33곳으로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많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이후 디폴트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FT는 전했다. 은행권 불안이 번지면서 시장에서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결국 디폴트가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는데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무디스는 “올해 1분기에는 고금리 환경으로 인한 긴축적 재정 상황이 (SVB 파산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미국 저등급 기업의 연체율이 올해 2월 기준 2.5%에서 내년 2월 5.4%로 두 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장기 평균인 4.7%보다도 높은 수치다. 경기 침체, 실업률 증가, 신용 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 확대라는 요인들이 겹쳐 저신용 기업의 디폴트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무디스의 진단이다. 무디스 레버리지 금융 실무 책임자인 크리스티나 패젯은 “모든 (관련) 요소들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디폴트를 부추기는 도화선이 될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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