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빌라왕’에 이어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도 대규모 전세사기 의심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법무사로부터 문자를 받은 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임차인들은 “어제 막 소식을 들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러 왔다”며 줄지어 부동산을 찾아왔다.
19일 전세사기 의심 오피스텔의 거래가 이뤄진 부동산 앞에는 법무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는 피해자들이 속속 찾아와 사무실 안을 들여다보며 주위를 서성였다. 피해자들만 입장할 수 있는 단체 채팅방에는 이날 오전 기준으로 119명이 모였다. 이 오피스텔 입주자들과 계약을 진행했던 부동산은 지난 3월 15일께 사장이 바뀌었다.
이 부동산을 지난 3월 인수받은 사장 A씨는 “상황을 모르는 채로 인수받은 건 확실하고, 받고 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서 “집주인이나 이전 사장과 연락할 이유도 없고 기사를 통해 어제 저녁에나 이런 상황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차인들은 전날 저녁 법무사가 보낸 단체문자를 통해 상황을 처음으로 인지했다고 입을 모았다. 문자에는 “임대인의 사정으로 인하여 6월 10일까지 소유권이전등기를 접수해야 국세 체납으로 인한 보증금의 순위가 보존되지 않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임대인에게 의뢰받아 연락드린다. 관심 없으신 분은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임차인들 중에는 “문자를 받은 뒤 스팸인 줄 알았다”며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은 이들도 다수였다.
이날 아침 부동산을 찾아온 20대 오피스텔 세입자 류 모 씨는 “집주인이 법무사를 통해 문자를 돌린 걸로 알고 찾아왔는데 이제 막 들어서 아는 게 없어 찾아왔다”며 “전세금은 1억 원 이었다”고 밝혔다. 부동산 앞에서 만난 임차인 김 모(21)씨는 “회사에서 출퇴근하려고 지난해 11월에 계약한 것”이라며 “특성화고를 졸업해 20살부터 1년 간 1800만 원을 모으고 중기청 대출을 7200만 원 받아 9000만 원 짜리로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 법무사 문자를 받고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는데 친구가 보내준 기사를 통해 알게된 상황”이라며 “그럼 제 돈은 못 돌려받는 거냐”고 되물었다. 김 씨는 임대인에게 문자를 보냈으나 “다른 부동산에 문의해보고 판단 바란다”는 답을 들었다. 전세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임대인은 동탄·병점·수원 등에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부부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기자가 방문한 부동산을 통해 오피스텔 전세계약을 진행했다.
또다른 20대 세입자 B씨는 “알려진 집주인과는 다른 사람이 집주인이고, 이 사람도 파산 절차에 들어간다고 한다”며 “오피스텔을 40채 정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본을 떼보니 이미 해당 오피스텔은 압류돼 있는 상태고 계약 당시 중개인은 현재 사장이 아닌 이전 사장”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부동산을 찾아왔지만 사장이 바뀐 탓에 마땅한 대책은 얻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인근 기업 관계자는 “회사 직원이 여기서 계약해서 어제 뉴스를 보고 걱정돼서 찾아왔다”며 “법무사 문자는 받지 못했고, 주인이 바뀐지도 몰랐다고 들었다”며 불이 꺼진 부동산 사무실을 한참 들여다보다 돌아섰다.
인근의 다른 부동산 사장은 “이미 인근 부동산을 팔아 넘긴 부동산 업자들이 2~3곳 된다. 갭투자 물건을 많이 보유한 부동산 원주인들은 다 날랐다”면서 “매매가가 1억 5000만 원이면 전세가가 1억 6000만 원 수준이라 ‘역전세’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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