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430억 유로(약 62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을 골자로 한 ‘EU반도체지원법(ECA·European Chips Act)’ 시행에 합의했다. 역내 반도체 산업에 대대적인 자금을 투입해 EU의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기존 9%에서 2030년 20%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U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법 3자 협의가 최종 타결됐다”고 밝혔다. 3자 협의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와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 유럽의회가 신규 입법안 추진시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핵심 절차다. 3자 협의를 마친 반도체법은 이후 형식적 절차인 유럽의회와 이사회 표결을 거쳐 공식 시행된다.
EU의 반도체법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보조금 지급과 투자·연구개발(R&D) 지원 등이 핵심이다. 이를 토대로 반도체 생산 역량을 끌어올려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법안 최종 논의 과정에서 당초 첨단 반도체 공장에만 국한하려던 지원 대상 범위를 구형 공정 생산 부문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설계 부문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한 점도 눈에 띈다.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럽은 스스로의 운명을 자신들의 손에 맡기고 있다”며 “EU는 최첨단 반도체 산업에서 우위를 점해 미래 산업의 강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단기간 내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높이겠다는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의 반도체 수요 감소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대규모 투자가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EU의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에바 메이델 유럽의회 수석 대표도 “반도체법이 시장 점유율을 20%까지는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EU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다른 요소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주권 확립을 위해 나선 건 EU만이 아니다. EU에 앞서 미국이 지난 해 8월 520억 달러(약 69조 원)의 보조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중국도 60조 원대 국가 펀드를 조성하는 등 반도체 산업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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