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사람들도 중요하다. 과거 노예제 페지론자들은 자신들이 죽고도 수십, 수백 년이 지난 후에야 성공할 사명에 일생을 바쳤다. 덕분에 지금은 더 평등한 세상이 됐다. 물론 기후변화 대비는 미래세대 뿐만 아니라 현재 세대도 적극적인 영향을 미친다.
#. 또 미래는 거대하다. 수백, 수천 년 이상 미래는 상상 이상으로 길고 이를 살아 갈 우리 후손들도 많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미래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지 상상해 보라.
#. 그리고 우리는 노력을 통해 미래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다. 경제적, 과학적, 도덕적 변화가 이례적으로 빠른 시대다. 우리 만큼이나 미래를 바꿀 힘을 가진 인류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새로 번역 출간된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원제는 What We Owe The Future)’의 저자는 이렇게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현재 중요하고 또 세계의 운명이 우리가 지금 하는 선택에 달려 있다는 ‘장기주의(Longtermism)’ 주장을 설파한다. 저자는 “각자가 위험으로부터 미래 세대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 시대에 다른 것들보다 우선하는 핵심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며 “ 당장 혜택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미래 세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장기주의를 위해 3가지 비유를 들어 현재 상황을 설명한다. 첫째는 지금의 인류는 세상 물정 모르지만 지금 행동이 이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솔한 10대’다. 둘째는 뜨거울 때는 어떤 모양으로 만들 수 있지만 나중에 식고 나면 손댈 수 없는 ‘녹은 유리’ 상태가 지금 사회다. 마지막으로는 우리는 전인미답의 어둡고 안개 자욱한 땅을 탐험하기 위한 ‘위험한 원정길’에 오른 상태다.
현재의 우리와 미래의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임박한 부정적 요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 예를 들어 빈발하고 강도를 높여가는 기상이변을 부르는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강대국 간의 핵전쟁으로 문명 자체가 붕괴 될 수 있다. 또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유전자 조작 전염병으로 진짜 인류의 멸종으로 이를 수도 있다. 아니면 인공지능(AI)의 탈선으로 글로벌 전체주의가 발생하고 또 기술혁신의 쇠퇴에 따른 경제의 장기침체로 이어질 수 잇다.
저자는 “우리는 모든 것에 대응하고 미래의 방향을 틀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규정 하면서 “장기주의 철학을 통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저자의 ‘장기주의’에 대해 당장의 시급한 문제를 제쳐 두고 공상과학에 가까운 먼 미래를 상상하면서 위험을 과대포장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이 대해 저자는 “책에서 지적된 위협들은 너무나 긴급하기 때문에 단기적 우려와 장기적 우려 사이에서 적정성을 따질 필요조차 없다”고 반박한다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교수로, 평생 장기생태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동안 장구한 생명의 역사에 대한 인류의 겸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 앞서 저자는 단순한 선의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이성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효율적 이타주의를 주장하는 ‘냉정한 이타주의자(2017년)’ 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미래 장기주의 논리는 현재 시점을 강조하는 기존 이타주의에서 한 걸은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현재 상태가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정도로 긴급하다는 의미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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