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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부담 줄이려면 수능 난도 낮춰야”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

학원 안가도 수능 대비하게

고난도·킬러문항 난도 하향

장기적으론 입시 단순화를

학벌주의와 노동시장 개혁

근본적 해결책도 강구해야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불어나는 학원비 때문에 등골이 휠 지경이다. 전국 학원가에는 초등학생 대상 의대 준비반이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 초중고생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대안연구소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난해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대학 입시 대비를 위한 고등학교 단계의 사교육비 지출이 제일 컸다”며 “윤석열 정부가 대입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문항의 난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입 정책 4년 사전 예고제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대입 정책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수능 난도를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 소장은 “최근 불수능 기조가 지속되고 과거 국어·영어·수학 과목에 한정됐던 고난도·킬러 문항이 지금은 수능 전 영역에서 출제되고 있다”며 “수능 난도를 낮춰 학생들이 고난도 문항 대비를 위해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을 쉽게 내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극상위권 의학 계열 지원자를 제외하면 난도가 낮아도 변별이 가능하다”며 “3000명 정도의 의대생 변별 때문에 불수능을 유지하며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계속 지울 것인지 이제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수능 난도 하향과 함께 장기적으로 정시 모집 비중을 낮추고 입시 전형을 단순화하는 것도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구 소장의 판단이다. 그는 “수능 대비 측면에서 수능에 올인하는 학원이 포괄적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학교보다 유리한 게 현실”이라며 “수능 성적 위주의 정시 비중을 지금보다 낮춰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대입 준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입시 전형 요소가 다양해질수록 사교육도 늘어나게 된다”며 “입시 전형을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하는 것이 사교육비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구 소장은 공교육의 문제도 지적했다. 학교의 교육 수준이 떨어진다기보다는 학교에서 가르친 수준으로 평가를 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딸이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에서 치른 수학 단원 평가 문제를 보여줬다. 점대칭 도형인 두 삼각형의 두 변의 길이가 같을 때 삼각형 내부 각의 크기를 구해보라는 문제였다. 구 소장은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의 문제로 안 보이지만 실제로 국가 공공 사이트에서 초등학교 5학년 단원 평가로 제공하고 있는 문제”라면서 “학교에서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수준보다 훨씬 높은 문제를 출제하면 아이들은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학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 소장은 초중생들 사이에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영재학교 입시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전국에 8곳의 영재학교가 있으며 입시에 매달리는 인원이 적게 보면 2만~3만 명, 많게는 6만~7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영재학교 입시는 다단계 지필 평가를 보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이 학원에서 고등학교 수학을 배운다”며 “영재학교 입시에서 지필 평가를 폐지하고 영재학교 교육과정을 정상화하면 고비용 초중생 사교육 수요를 억누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소장은 학원 강사와 입시 컨설턴트를 거쳐 사교육 고통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단체에서 10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의 진로를 바꾼 것은 아이였다.

“아이가 생기고 보니 아이의 재능이나 인성과 무관하게 학업 성적에 따라 아이들을 평가하는 현실이 괴롭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사교육을 잡으려면 출신 대학에 따라 임금 수준이 결정되는 학벌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대학과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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