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가 되면 내가 결혼시켜준 부부의 전화번호가 적힌 장부를 배낭에 넣고 전국 일주를 하고 싶습니다.”
55년간 무료 예식장을 운영하며 1만 4000쌍을 결혼시킨 백낙삼 씨가 투병 끝에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백 씨는 지난해 4월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은 뒤 투병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백 씨는 1967년부터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며 신혼부부에게 예식장 공간과 의복 대여, 기념 사진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해왔다. 고객 대부분은 값비싼 결혼식을 치르기 어려운 신혼부부였고 이들은 최소한의 사진 촬영비만 내고 결혼식을 올렸다.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백 씨는 2021년 LG 의인상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14일 신신예식장을 찾아 백 씨 부부를 만나기도 했다. 백 씨가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윤 대통령은 쾌유를 비는 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2021년 10월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무료 결혼식 봉사를 하게 된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대학교에 입한한 백 씨는 집안이 망해 졸업을 1년 앞두고 학업을 그만뒀다. 이후 길거리 사진 기사 등을 하며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2층 건물을 사들였다. 그는 "나처럼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분들을 위해 결혼식을 열어주고 나는 사진 값만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당시 백 씨는 100세까지 예식장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100세가 되면 내가 결혼시켜준 신혼부부들의 전화번호가 적힌 장부를 배낭에 넣고 전국 일주를 하고 싶다"면서 "이들 부부가 얼마나 잘사는지 찾아보러 떠나겠다”고 말했다.
신신예식장은 영화에도 등장했다. 2014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의 동생 끝순이(김슬기 분)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이 신신예식장에서 촬영됐다. 극 중 끝순이 결혼식에서 "자, 여기 보세요. 찍습니다"라며 사진 촬영을 하던 사람이 백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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