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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리핀, '中 위협' 속 10년만 정상회담…"철통같은 동맹 재확인"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무력 공격하면

상호방위약속 발동"…방위 지침도 채택

일각선 "美가 독재자 아들에 면죄부" 비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필리핀 정상이 10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상호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수년간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중국 견제’라는 공통분모를 토대로 급격히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독재자 가문’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동맹 공약을 재확인한다”며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에서 필리핀 군대·선박·항공기를 무력 공격하는 행위는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의 상호 방위 약속을 발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이 지난주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군사훈련을 전개하고 이날부터 1990년 이후 첫 연합 전투기 훈련을 실시하는 것을 계기로 추진됐다.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10년 만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육·해·공, 우주, 사이버 공간에서 양국군 협력을 심화하는 내용의 방위 지침을 채택했다. 또 미국은 필리핀의 경제 혁신, 청정 에너지 전환 등을 지원하기 위해 무역 및 투자 사절단을 필리핀에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의 아일랜드급 초계함 2척과 수송기 3대도 필리핀에 보낸다.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에서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2016~2022년) 당시 필리핀은 친중 색채가 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마르코스 대통령 당선 이후 필리핀은 미군에 현지 군 기지 4곳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등 미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으로서는 영유권 분쟁 중인 중국을 저지하는 동시에 국내 기반을 다지기 위해 미국의 지지가 절실했고, 미국도 대중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필리핀의 협조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때 반대했던 필리핀 독재자의 아들에게 구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부친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20년간 필리핀을 철권 통치하다 혁명으로 실권한 인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980년대 상원 의원 시절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지지하자 이를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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