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3’의 이슈는 이날 새벽 나온 JP모건체이스의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인수 소식이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 최고경영자(CEO)는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가 좋은 일이냐는 질문에 “대형 은행들의 300억 달러 공동예금은 올바른 해결책을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용도였다”며 “(퍼스트리퍼블릭은) 마지막으로 남은 해결되지 않은 불확실성이었는데 이것이 해결됐으므로 모두가 기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금융위기나 예금·대출위기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지역은행들의 대출 심사가 한층 강화돼 안 그래도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부동산 운용 업체 프레티움의 돈 멀린 CEO는 ‘부동산 펀딩: 승리, 패배 또는 비기기?’ 세션에서 “단기적으로 중소 은행의 (대출 축소를) 걱정하고 있다”며 “은행 시스템 문제는 주택 건설이나 개조를 포함한 소형 상업용 부동산 업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시 카푸어 인베스트코프 공동 CEO는 “최근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오피스와 소매 업종 사무실의 어려움을 얘기했는데 그의 말처럼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본다”며 “은행 위기 이후 2차 효과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출 제약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프레이저 CEO 역시 “상업용 부동산을 뭉뚱그려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상업용 부동산은 분명히 스트레스 포인트다. 내가 걱정하는 곳은 맨해튼 3번가와 그 동쪽 지역이다. 주거용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오피스 빌딩만 해도 좀 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투자회사 케인인터내셔널의 조너선 골드스테인 CEO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으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오래된 오피스 빌딩이 문제”라고 짚었다. 멀린 CEO는 “요즘은 커피숍을 포함해 생활 시설이 있는 새 오피스 빌딩이 인기가 많다”고 했다.
문제는 지역은행의 대출 축소와 상업용 부동산의 악화에도 인플레이션이 높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로빈 빈스 BNY멜런 CEO는 “금리를 (5월에) 한 번 더 올리는 것으로 인상 작업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2일부터 3일까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0.25%포인트 인상 확률이 95.1%다. 크리스티안 스트라케 핌코크레디트리서치의 글로벌 헤드는 “통화정책은 시장에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은행이 가장 걱정이다. 시장이 은행에서 실수를 저질렀고 우리는 앞으로 이것이 어떻게 흘러갈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 침체 우려도 여전하다. 마이클 뷰캐넌 웨스턴애셋매니지먼트 부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너무 높은 금리로 이것이 결국 더 큰 침체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봤다. 글·사진(로스앤젤레스)=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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