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인터뷰] 연출진이 본 '성+인물' 논란, 예상했거나 빗나갔거나

/ 사진=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스틸




화제 몰이가 목표였다면 성공이다. 연일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정서와 맞지 않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성 착취 문제가 뒤따르는 성인 음란물 업계를 긍정적으로만 조명할 수 있는지가 골자다. 논란은 MC를 맡은 신동엽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기획 의도는 연출자인 정효민, 김인식 PD로부터 나왔다. 논란의 끝에 서있는 두 사람은 답은 ‘성+인물’은 예능일 뿐이고, AV 업계의 명과 암을 다루는 것은 교양이나 다큐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성+인물’을 공동 연출한 정효민, 김인식 PD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슈가 커지기 전부터 계획됐던 이번 인터뷰는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태에서 변경 없이 이뤄졌다.

두 사람은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다. 정PD는 10년 전 방송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JTBC ‘마녀사냥’의 연출자로, 당시 MC였던 신동엽 성시경과 재회했다. 김PD는 tvN ‘온앤오프’에 이어 성시경과 협업하게 됐다.

지난달 25일 ‘성+인물’이 공개된 이후 반응의 온도차는 꽤 크다. 정작 ‘성+인물’ 팀은 대만 편 촬영 중이어서 실시간으로 체감하지 못했다. 지난 1일 귀국한 뒤로 차근차근 피드백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반응은 이미 예상한 부분이다.

“2013년에 시작한 ‘마녀사냥’도 초반에는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어요. 이 프로그램이 JTBC 초창기 시절인데 ‘미디어에서 어떻게 미혼의 성을 다룰 수 있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곤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에 아무 일도 아니잖아요.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정PD)

정효민 PD / 사진=넷플릭스


레거시 미디어의 틀을 깼던 정PD는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지의 세계인 성인문화 산업을 파헤치고 편견을 타파하겠다는 것이 기획 의도다. 첫 시즌인 일본 편은 성인용품점, 성인 VR방, 자위 기구 회사 텐가, 호스트 바 등을 체험하고, AV 남녀 배우와 일본 2030세대를 만나 인터뷰하는 형식이다. 소재 자체만으로 민감하고 과감한 시도다. 그는 이번 논란이 소재로부터 시작됐다고 봤다.

“AV가 합법이나 불법이냐의 문제가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AV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이 불법의 영역이고, 개인이 보는 것이 불법이 아니에요. 일본에서는 제작하는 것도 합법이고요. 전 세계적으로 보면 합법인 나라가 적지 않아요. 일본 편을 제작하면서 AV를 피해야 하나 했는데 대표 산업이고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정PD)

‘문화의 차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각국의 문화마다 허용되는 기준이 다르고, 다양하기 때문에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시각이다. 정PD는 “성인들이 보는 콘텐츠 안에서는 우리나라가 맞고 틀리고 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갖는 좌표가 어디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며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충분히 의미 있게 던져볼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인식 PD / 사진=넷플릭스


모든 시청자들이 단지 정서적 차이 때문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예능의 형식상 가벼운 재미 위주로 흘러가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명과 암이 극명한 AV 산업에서 선례(善例) 만 보여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 예능이란 이유로 미디어의 무게를 흥미로 맞바꿀 수 있는지 의문점을 갖게 된다.

“처음 시도하는 (성 관련) 예능에서 왜 그 (어두운) 부분까지 충분히 다루지 않았냐고 하는데 동의하기 쉽지 않아요. 요즘 예능에 대해 가장 많이 비판하는 것이 ‘여행가는 것 밖에 못하냐’는 것인데, 왜 시작됐는지 생각해 보면 해외에 가서 우리나라와 다른 모습들을 보는 시간이 온 거거든요. 해외에 나가도 만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보면 다른 지점이 튀어나오고 좋은 자극이 될 거라는 마음으로 ‘성+인물’이 시작됐고요."

정PD는 “주장을 미화하거나 지지하는 건 교양이나 다큐멘터리에서 해야 할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어두운 면이 있는 영역은 예능에서 다루면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한 가치 판단을 우선시 하지 않았다고.

“이 분야에서 정통적인 길을 걸어왔고 소신을 갖고 있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그 이후에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했어요. AV 배우들에게서 ‘AV는 판타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요. AV 산업에 종사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연출된 상황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을 수 있잖아요. 처음 시도한 것에 아쉬워하는 분들도 긍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 정도 논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정PD)

/ 사진=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스틸


연출진은 현재의 논란이 다양성에서 오는 과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성에 대한 관용도,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시선이 달라지는 것일 뿐이라고. 정PD는 “19세 이상 판단력을 가진 성인이라면 불편할 수도 있지만 맥락상 논의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의 일부만 잘라 놓은 ‘짤’로만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홍보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짤’로만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것이 건전한 담론을 형성하는 데 좋은 것인가 싶어요. 그것까지 고려하면서 프로를 만드는 게 맞나 생각하기도 하고요.”(정PD)

논란으로 인해 앞으로 공개될 대만 편의 편집 방향이 바뀌지 않을 예정이다. 대만 편은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다.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이 합법화된 대만에서 동성 부부들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3대가 함께 방문하는 성 박람회도 체험한다.

“대만 편에서는 이야기가 더 확장됩니다. 성으로 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분들, 성에 대해 완고하다거나 포용적인 걸 떠나 성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향유하고 성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보고 여러 생각을 하길 바랍니다.”(정PD)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