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AI) 생태계가 자사 서비스를 넘어 외부로 뻗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외부 서드파티 서비스를 자사 인공지능(AI) 챗봇 바드(Bard)로 끌어들일 것을 예고하며 오픈AI가 촉발한 AI 생태계 확장 경쟁에 맞불을 놨다. 이 회사는 오픈AI가 협업을 밝힌 주요 파트너사들을 거론하며 이들을 자사 파트너로 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구글은 10일(현지시간) 연례개발자회의(I/O)를 통해 차세대 거대언어모델(LLM) ‘팜(PaLM)2’를 발표하며 AI 서비스 전략을 제시했다. 기존 LLM 람다(LaMDA)에 비해 코딩, 수학, 추론 능력이 대폭 강화된 PaLM2는 바드의 새로운 엔진이 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글 서비스에 들어갈 AI 기술의 핵심으로 기능하게 된다. 검색엔진, 지도 서비스, 이미지 편집 에디터 등에 새롭게 탑재된 AI 기능을 선보였지만 이는 업계에서 예상해 온 수순이기도 하다.
“서드파트 앱 바드에 통합할 것” 예고
오히려 이날 눈길을 끈 것은 구글이 외부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앱)에도 자사 AI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지점이다. 구글은 블로그를 통해 “바드는 앞으로 ‘외부 파트너의 확장’ 기능을 통해 웹 전반의 모든 종류의 서비스를 활용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고 밝혔다. 구글의 AI 기술력을 구글 서비스는 물론 구글 밖의 다양한 서비스에도 연계해 생태계를 넓혀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이날 바드에 통합된 어도비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구글은 이날 발표에서 바드를 통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어도비의 생성 AI 모델 제품인 ‘어도비 파이어플라이(Adobe Firefly)’를 바드에 통합한 덕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오픈AI가 생태계 확장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 중인 플러그인 전략과 각을 세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을 발표하며 플러그인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들을 챗GPT 위에서 구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서비스든 챗GPT용 플러그인을 개발하면 챗GPT 상의 자연어 명령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두고 오픈AI가 챗GPT의 활동 반경을 서드파티 앱으로 넓혀가기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카약·오픈테이블…오픈AI 파트너사 거명
구글은 아예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은 서비스들을 직접 거론하기도 하며, 이들을 바드 생태계로 끌어들이겠다고 선언했다. 대표적으로 카약(Kayak), 오픈테이블(OpenTable), 집리크루터(ZipRecruiter), 인스타카트(Instacart), 울프람(Wolfram and), 칸아카데미(Khan Academy)를 예로 들었는데, 이 중 카약과 울프람, 인스타카트, 오픈테이블은 챗GPT용 플러그인과 관련해 오픈AI와도 긴밀히 협력 중인 곳들이다.
그간 오픈AI에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온 구글은 이번 발표로 많은 부분에서 오픈AI와의 격차를 좁히게 됐다. 지난 수개월간 생성형 AI의 질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면서 표적이 돼 온 오픈AI는 최고경영자인 샘 알트만이 현재 GPT-5모델 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는 등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양사가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하다가 잠시 잠잠하더니 오픈AI가 논란 속에 속도조절을 하는 사이 구글이 힘을 모아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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