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관크'가 너무해!…배우가 "실비아" 외치자 "네" 시리가 답했다[어쩌다, 커튼콜]

나를 화나게 하는 관크 Best 4

카톡왔숑…'반딧불' 반짝반짝

'시야 차단' 야속한 내 앞사람

속닥속닥, 뮤지컬 도슨트?

최강 빌런 된 신종 관크 '시리'





10만 원 넘는 돈을 내고 뮤지컬 공연장에 갔는데 앞사람의 키가 너무 커 두 시간 넘게 고개만 기웃거리다 온 적이 있나요? 배우의 노래뿐 아니라 숨소리까지 여운이 남아 같은 돈을 내고 본 공연을 또 본 적은요? 그리고 이런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혼자만 간직하느라 답답한 적은 없나요? 세상의 모든 뮤덕(뮤지컬 덕후)의 마음을 대신 전하기 위해 뮤덕 기자가 나섰습니다. 뮤지컬 애호가를 위한 뮤지컬 칼럼, ‘어쩌다 커튼콜’과 함께하세요.

사진=이미지투데이


자,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뮤지컬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공연장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습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노랫소리에 집중합니다. 이번 공연에 오기까지 수많은 역경이 있었죠. 전쟁 같은 티케팅을 뚫고 겨우 잡은 공연이니까요. 1층에서 사랑하는 배우의 숨결까지 느껴보고 싶었지만 0.001초의 차이로 티케팅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예매하게 된 2층은 공연의 전반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이제 곧 클라이막스에 당도할 예정입니다. 누군가 죽거나 배신을 당하거나 혹은 완벽한 성장을 이뤄낼 예정입니다. 가슴에 사무치는 아름다운 넘버도 들려오겠지요. 두근두근, 당신의 가슴은 떨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 장면을 위해 N차 관람을 했다고 할지라도 과언이 아닌데… 자꾸만 제가 몸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 앞 좌석에 앉은 관객이 몸을 숙이면서 그의 드넓은 등이 무대를 덮어버린 것입니다. 이제 시야에는 언뜻 보이는 무대 가장자리 외에는 아무것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집중력이 끊기고 허무함과 분노가 찾아옵니다.

저는 그렇게 15만 원짜리 공연에서 ‘관크’를 당했습니다.

나를 화나게 한 관크 Best 4


관크는 ‘관객’과 ‘크리티컬(게임에서 치명타를 뜻하는 말)’의 합성어입니다. 풀어 말하면 다른 관객 때문에 공연 관람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뜻이죠. 비싼 티켓 값을 치르고 보러 온 공연이 타의로 망가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하늘 아래 똑같은 공연이 없듯 오늘 지나간 공연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번 당한 관크는 꽤 오래 기억에 남죠.

사진=이미지투데이




1.반딧불 반짝반짝…'카톡왔숑'

“사진 촬영은 커튼콜을 제외하고 금지돼 있고 휴대폰 전원은 공연 중 꺼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뮤지컬 공연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 있습니다. 공연장 직원들은 공연 시작 전 10분여간 목이 터져라 ‘휴대폰 전원을 꺼달라’고 소리칩니다. 다른 이들의 공연 관람을 방해할 수 있으니 휴대폰 전원을 꺼두고 무대 위를 촬영하지 말라는 부탁은 당연해 보이죠. 하지만 이 당연한 부탁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휴대폰 화면은 ‘반딧불’이라고 불리는 골치 아픈 관크 중 하나입니다. 공연장은 칠흑같이 어두운데 스마트폰 화면은 반짝반짝 빛이 나니, 잠깐이라도 휴대폰 화면이 켜지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게 됩니다. 실제로 기자는 한 공연에서 1분이 넘는 시간 동안 화면을 켜둔 채 태연히 문자를 보내는 사람 때문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경험도 있습니다. 게다가 전원을 꺼두거나 무음이 아닌 상황은 더욱 최악입니다. ‘2023년에 설마 이런 사람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실제 있습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넘버가 끝나고 배우가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대사를 속삭일 때 들려오는 ‘카톡왔숑’, 공연 중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아 끊임없이 울려대는 ‘위잉~’ 하는 진동음. 모두 주변 관객의 분노를 유발하는 ‘관크’들입니다. 그런 날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까지 씩씩대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사진=서울경제DB




2. 내 앞자리, 키 큰 사람 vs 수그리는 사람

단차가 있는 공연장에서 등을 의자 등받이에 딱 붙여 관람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내 앞자리에 앉아 있을 때도 골치가 아픕니다. 공연을 보다 보면 의자가 불편해서 허리를 좀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집중하다 보니 빠져들어 앞으로 몸을 숙일 수밖에 없었다고요? 너무 예민하게 군다고 조롱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두 시간이 넘는 공연을 관람하면서 정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앞사람이 몸을 숙이는 순간 시야가 극적으로 가려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는 객석이 높고 무대가 아래에 있는 구조 때문인데요. 가까이 앉은 사람이 몸을 수그리면 시야에 객석 의자 외에 그 사람의 상체까지 포함돼 관람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무심코 한 행동이지만 뒷사람에게는 날벼락같이 느껴지니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관람 문화를 위해 이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유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뮤지컬 ‘베토벤’ 중 한 장면. 안토니 역을 맡은 조정은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EMK뮤지컬컴퍼니


유달리 키 큰 분이 내 앞자리에 앉으면 할 수 없지만 너무 속상합니다. 최근 뮤지컬 ‘베토벤’을 보면서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VIP 중 최고의 VIP인 가운데 자리를 ‘득템’했는데요. 베토벤이 고뇌에 찰 때마다 저는 몸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움직여야 했고 의도치 않게 뒷자리 관객에게까지 민폐를 끼치고야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연히 키 큰 앞자리 분을 ‘관크’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키 큰 분들 부러워요.) 그런데 좋은 자리에 앉아서 마치 라디오 드라마처럼 배우의 목소리만 듣고 있을 때의 답답함은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모를 겁니다.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도나(신영숙 분)와 타냐(김영주 분), 로지(박준면 분)이 ‘댄싱퀸(Dancing Queen)’을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신시컴퍼니




3.속닥속닥, 뮤지컬 도슨트?

‘해설가’ 관크도 있습니다. 2번의 ‘수그리는 분’은 불편해서 그러는 것이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만 ‘해설가’는 너무한 게 사실입니다. 가족이든 커플이든 함께 연석으로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이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인데요. 뮤지컬이 분명 높은 장벽이 있는 문화이다 보니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있을 수 있습니다. ‘엘리자벳’이 당시 얼마나 인기가 많은 황후였고 ‘맘마미아’ 소피의 진짜 아빠가 누구였는지 알려주고 싶을 수 있죠. ‘식스’처럼 역사를 잘 알아야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의 경우에는 ‘해설자’ 지인이 동행인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런데 주변 분들은 어떨까요. 함께 꼭 그 해설을 들어야 할까요. 해설보다는 배우의 숨소리를 듣고 싶은데 ‘미주알고주알’ 좀 시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냥 말 없이 공연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을, 분명히 아시겠지요?

요즘은 어린아이를 공연장에 데리고 오는 가족들이 많습니다. 관람 가능 연령 기준만 맞춘다면 사실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뮤지컬 공연이라는 게 워낙 극적인 장면이 많다 보니 아이들이 울거나 큰 소리를 내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갑자기 암전이 되거나 ‘우르릉 쾅쾅’ 하는 소리가 들리면 어른도 깜짝 놀라는 걸요. 배우들의 분장은 화려하고, 어떤 공연은 배우의 표정이 괴기스럽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이 견디기 쉽지는 않습니다. 사실 요즘은 아이가 공연 중 울거나 칭얼거리면 어셔의 도움을 받아 즉각 공연장 밖으로 나가는 식으로 공연 문화가 자리 잡았지만 모처럼 보러 온 공연에서 다른 관객들이 불편함을 겪는 것은 사실입니다.



4.신종 관크 ‘시리’

최근에는 ‘시리’ 관크라는 웃지 못할 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혁신의 아이콘’ 아이폰 ‘시리’가 요즘 뮤지컬 극장 최강의 빌런으로 떠올랐다고 해요. 배우가 읊는 대사 중 ‘시리’와 비슷한 단어가 있을 때 누군가의 시리가 ‘네’라고 힘차게 외치기 때문입니다. 눈물이 나오려는 찰나에 시리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눈물이 쏙 들어가고 몰입이 확 깨지지 않나요. 세상에 시리와 비슷한 단어가 얼마나 많습니까. 급한 일이 있을까 봐 휴대폰를 꺼두지 못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는데 다른 관객이 화가 나는 마음도 어쩔 수 없겠죠.

과도한 눈치 주기도 좀… “시체처럼 볼 수는 없잖아”


이제 다른 이야기도 꺼내볼까 합니다. 관크로 인해 인상이 찌푸려지는 상황도 있지만 반대로 과도한 눈치 주기로 불편함을 겪는 일도 있지요. 여가 시간을 즐기러 왔는데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들고 박수도 마음대로 칠 수 없도록 하는 과한 관람 문화를 강요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충분히 배려할 수 있는 일인데도 이기적으로 공연을 보는 행동은 지탄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신체적 조건으로 불평을 듣거나 생리적인 현상까지 힘들게 참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뮤지컬의 아름다운 음악을 사랑하고 화려한 무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시체 관극(시체처럼 조용하게 공연을 관람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소망 중 하나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리를 꼬고 있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얕은 기침이 새나왔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거나 힐난을 듣는 것은 공연의 즐거운 기억을 덮어버리는 당혹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처음 뮤지컬을 봐서 분위기에 서투른 관객에게는 그 당황스러움이 배가 될 테지요. 공연장의 사람들은 모두가 같은 가격을 치르고 그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모두의 사정을 고려하되 이 멋진 시간이 악몽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모두에게 필요한 순간입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