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레고랜드 사태 직전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대출을 옥죄던 금리 고삐가 느슨해지자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12일 기준 연 3.680~5.796%로 집계됐다. 하단 금리만 보면 올해 초(1월 6일)에 비해 1.140%포인트나 떨어졌으며 시중금리 급등에 기름을 부은 레고랜드 사태 직전(지난해 8월 3.77%) 수준까지 금리가 내려앉았다.
주담대 고정금리가 낮아진 것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지표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정형 주담대금리를 좌우하는 은행채 5년물 금리 추이를 보면 12일 3.843%로 1월보다 0.684%포인트 낮아졌다. 여기에 ‘이자 장사’를 겨눈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지표 금리에 덧대는 가산금리를 내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표 금리 낙폭보다 실제 대출금리가 더 크게 내린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역시 최저 수준이 1월 5.080%에서 이달 4.090%까지 하락했다. 레고랜드 사태 전 금리(지난해 8월 4.18%)를 소폭 밑도는 수준까지 내렸다.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같은 기간 0.780%포인트 내린 데다 가산금리는 줄고 우대금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주담대를 억누르던 금리가 낮아지자 대출 수요도 다시 꿈틀대고 있다. 5대 은행의 월별 신규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 추이를 보면 3월 취급액은 16조 7628억 원으로 한 해 전에 비해 93%나 증가했다. 4월 신규 취급액도 13조 7888억 원으로 전년보다 76% 늘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진했던 주택 거래가 회복되고 전세 세입자의 이사도 늘어나는 가운데 금리 인하까지 맞물린 결과”라며 “주식이나 기타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개인 신용대출 상담과 대출 신청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과 달리 은행 예금은 빠르게 줄고 있다. 4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04조 9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3조 4000억 원 줄었다. 수시입출식예금과 정기예금도 같은 기간 각 14조 8000억 원, 6조 4000억 원 감소했다. 올 초부터 채권 시장이 안정되면서 지난해 말 5%를 웃돌던 예금 금리가 3%대로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출금리 하향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출금리를 좌우하는 채권금리가 내린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금리 인하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데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여전히 남아 있는 터라 장기 추세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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