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적자의 늪에 빠진 한국전력(015760)공사가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발표 다음 날 4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요금 인상 폭이 수십조 원에 이르는 한전의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앞으로도 한전채 발행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날 2년물 2200억 원, 3년물 1800억 원 등 총 4000억 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확정했다. 2년물에는 1조 4800억 원, 3년물에는 56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와 총 2조 원이 넘는 수요가 몰렸다.
발행금리는 모두 3.85%를 기록하며 전일 기준 동일 만기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보다 낮았다. 시장이 평가하는 한전채 가격보다 비싸게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2년물은 민평금리보다 6.2bp(1bp=0.01%포인트), 3년물은 2.9bp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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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회사채 발행은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 이후 곧바로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6일부터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8원 올린다고 발표함에 따라 4인 가구(월 332㎾h 사용 기준) 기준 월 3000원가량의 요금을 추가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기를 팔수록 손해’인 한전의 역마진 구조를 해결하기에는 인상 폭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1분기 한전의 ㎾h당 전력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각각 174.0원, 146.6원이다. 이 때문에 2021년부터 올 1분기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는 45조 원에 달한다.
한전채 발행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1분기에만 회사채를 8조 100억 원 찍어냈다. 지난해 3월 말 발행(6조 8700억 원)을 크게 넘어선 규모다. 4월과 5월(15일 기준)에는 각각 1조 3400억 원, 8000억 원을 발행해 올해 들어서만 10조 원을 초과했다.
시장 일각에서 ‘한전채 블랙홀’ 우려를 제기해 최근 발행 규모를 조절하고 있지만 벌써 총발행액 규모가 지난해(31조 8000억 원)의 3분의 1에 이른다. 윤석열 대통령도 과도한 한전채 발행이 일반 채권 투자 수요를 위축시키는 ‘블랙홀’ 현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전기료 인상에 대해 “탈원전과 방만한 지출이 초래한 한전 부실화는 한전채의 금융시장 교란을 더 이상 놓아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 이념에 매몰된 국가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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