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다음 주 KB증권을 대상으로 증권사 간 채권 돌려 막기 관행에 대한 불법성 여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29일 이후 KB증권을 상대로 수시 검사에 돌입한다. 주요 대상은 ‘만기 불일치 운용 행태’로 알려졌다. KB증권이 기업 등 법인 고객에게 단기 투자 상품을 팔면서 장기 채권에 투자한 정황을 살필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는 3개월짜리 안전자산에 투자하겠다고 안내한 뒤 법인 고객 자금을 유치해 신용카드사·캐피털사 등이 발행한 만기 1~3년 여신 전문 금융채에 투자했다는 의혹을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만기가 도래해 고객이 환매를 요청하면 새 고객에게 자금을 받아 이를 막는 영업 방식도 금감원이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영업 관행이 지속되면 지난해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혼돈 사태처럼 자금 경색이 발생할 경우 금융 소비자들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또 이 과정에서 900억 원가량의 평가손실을 낸 뒤 이를 감추기 위해 하나증권과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랩어카운트와 채권형 신탁 상품을 판매·운용하면서 불법 거래로 수익률을 끌어올리려 했다는 의혹이다. 자전거래는 금융회사가 자사 펀드나 계정으로 매매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불법 채권 거래 관행을 근절한다는 목표로 이달 8일부터 하나증권의 신탁·랩어카운트 운용 실태 전반을 살피는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전거래 등 매수·매도자가 서로 짜고 사고파는 채권 통정매매가 주된 검사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하나증권 검사 과정에서 KB증권과의 자전거래 의심 정황을 파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KB증권 측은 이에 대해 “계약 기간보다 긴 자산으로 운용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라며 “손실을 덮을 목적으로 다른 증권사와 거래를 한 것도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KB증권 측은 “상품 가입 때 투자자들에게 만기 불일치 운용전략을 설명했고 지난해 9월말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거래했다”며 “기준을 세워 중소형 법인 위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덧붙였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채권 거래 행태가 하나증권과 KB증권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보고 순차적으로 주요 증권사를 모두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3월 중순 개최한 ‘금융투자 부문 금융 감독 업무 설명회’에서 이 같은 검사 계획을 업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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