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처음 열릴 예정이던 ‘법학 경시대회’가 무산됐다. 대회 입상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학생들의 반발 때문이다. 학점과 토익·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하기도 벅찬데 경시대회까지 입학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제1회 전국 법학 경시대회’를 백지화했다. 당초 이 시험은 8월 26일 전국 대학생 및 로스쿨 재학생을 대상으로 헌법·민법·형법 세 과목에 대해 각각 40문제씩 객관식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다. 변협은 법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취업과 진학 과정에서 출신에 상관없이 법학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회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시대회 개최 사실이 알려지자 로스쿨 준비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기존 로스쿨 입시에서 중요한 학점, 토익 점수, LEET 점수 외에도 법학 경시대회 수상 이력이 정성 평가 요소로 작용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로스쿨 준비생 김 모(26) 씨는 “로스쿨 입시를 위해 재수, 삼수까지 하는 마당에 이런 시험이 생기면 스펙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준비생 이 모(23) 씨도 “법학 지식 없이 누구나 법률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도 어긋나는 시험”이라고 반발했다.
로스쿨 재학생들도 경시대회 도입이 로스쿨 제도를 흔드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미 변호사 시험이 객관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굳이 객관식으로 시험을 또 치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로스쿨 재학생은 “시험 결과를 토대로 로스쿨 재학생들이 일반 대학생들보다 법학 실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변협 관계자는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못했다”며 “향후 법학 지식을 직접적으로 묻는 대신 적성을 시험할 수 있는 시험 형태를 충분히 연구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취업난에 전문직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로스쿨 입시 경쟁은 과열되고 있다. 지난해 LEET 응시자는 1만 4620명으로 1년 만에 사상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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