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건희 이어 박주환 소장품전…미술대중화 이끈 '컬렉터 기증'

■현대미술관 '박주환 소장품전'

아들 동산방 화랑 박우홍 대표

父 소장작품 209점 통큰 기부

전시문화 선진화로 저변 넓혀


뉴욕현대미술관(MoMA), 스미소니언박물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은 대개 개인의 후원과 컬렉터의 작품 기증으로 운영된다. 해외에서는 미술작품을 역사적 사료이면서 동시에 대중의 문화생활을 한 단계 향상하기 위한 공공자산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많은 컬렉터들이 가치 있는 작품일수록 판매보다 기증을 택한다.

반면 최근 3~4년간 전 세계가 주목할 만큼 비대해진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아직 이같은 기증문화가 정착하지 못했다. 개인 컬렉터였던 이들이 갤러리나 화랑을 자녀에게 물려주면서 이들이 선대의 소장품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전시회를 여는 정도일 뿐 공공기관에 작품을 기증해 연구에 이바지하는 일은 드물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2만 여 점 이상의 미술품 기증이 주목 받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서울 뿐 아니라 경기, 대구 등 전국을 순회 중인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들은 매 전시마다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대중의 미술품 감상 진입장벽을 낮췄고 아울러 국내 전시 문화를 한 단계 선진화 하고 있다.

유지원, 귀가.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는 고(故) 동산 박주환의 소장품전,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이 의미있는 이유다. 동산 박주환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동산방 화랑’의 대표였다. 그는 1961년 동산방 표구사를 열고 1974년 이를 화랑으로 개관했다. 전국에서 ‘표구는 동산방’이라고 말할 만큼 좋은 표구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덕분에 청전 이상범, 월전 장우성, 천경자 등 내로라 하는 화가들이 동산방 화랑을 찾았다. 진위 논란이 불거진 천경자의 ‘미인도’ 역시 동산방의 작품이다. 동산방 화랑에서는 전시도 자주 열렸다. ‘한국 동양화가 30인 초대전(1977)’을 비롯한 수많은 개인전과 그룹전이 이 곳에서 진행됐고, 동산방 화랑 전시는 ‘스타가 되는 등용문’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동산 박주환 회장은 91세에 별세했고, 아들 박우홍 대표가 화랑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이건희 컬렉션이 서양화와 근현대 한국 미술을 총망라한다면, 이번 동산 박주환 컬렉션은 대부분 한국화·동양화 작품이다. 19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주류 화풍은 ‘한국화’였다. 알록달록한 물감 없이 붓에 진득하게 검은색 먹을 묻히는 것만으로도 한국화는 충분히 생생했다. 한국인의 거주지가 한옥에서 아파트로 바뀌면서 한국화는 집에 두기 부담스러운 장식품이 되었지만, 풍경과 멋과 여유가 담긴 한국화는 여전히 현대에도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천정 이상범, 초동(1926).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박 대표는 2021~2022년 2회에 걸쳐 동산 박주환의 소장품 209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동산 박주환이 이미 국립현대미술관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1971년도 청전 이상범의 작품 ‘초동(1926)’을 기증해 공공 미술 발전에 기여한 바 있는 만큼 박 대표 역시 현대 한국 화단의 기틀을 마련한 동산방 화랑 소장작을 통 크게 기부 하면서 국내에서는 보다 폭넓은 한국화 연구가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화 소장품 수는 총 1542점으로 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준비한 이번 전시는 192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한국화의 변모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신구화도(新舊畵道): 옛 그림을 연구하여 새 그림을 그리다’를 주제로 하는 1부는 서화 연구회를 설립해 그림 교육을 실천한 김규진과 독립운동가이자 사군자 화가인 김진우의 묵죽화를 전시해, 당시 화단의 시대적 흐름을 모색한다. 2부에서는 1945년 광복 이후 격동의 시대 속에서 한국 회화의 정체성을 지키려 했던 화가들을 조명하고, 3부에서는 전통회화 기법에 과감한 조형 실험을 시도한 작가들의 혁신적 작품을 선보인다. 4부에서는 한국화의 화법으로 자유로운 작업 세계를 펼친 작가들을 조망한다.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는 근 50년 역사의 한국화 전문 화랑의 수장이 수집한 작품의 기증"이라면서 "미술관 한국화 연구 기반의 확장과 함께 국내 수집가들의 기증 문화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024년 2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