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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로 부르는 희망가…회장님의 특별한 골프사랑





골프를 사랑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하는 골프’에 빠져 안 가본 골프장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는 골프’에 홀려 밤을 새워가며 중계를 보고 ‘직관’하러 전국 팔도를 누비는 사람도 있다.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의 골프 사랑은 조금 특별하다. 덕신하우징은 건축용 자재인 데크플레이트를 만드는 중견기업. 김 회장의 뜻에 따라 2014년부터 주니어 골프대회를 열고 있다. 올해로 7회째인 덕신하우징배 전국 주니어 챔피언십은 6월 13~14일 강원 원주의 센추리21CC에서 펼쳐진다.

김 회장은 어려운 환경의 선수 지망생들에게 꾸준히 장학금을 챙겨주고 있고 나아가 세계 주니어 대회의 국내 유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스타 플레이어로 자란 윤이나도 덕신하우징배 우승자이자 장학생 출신. 윤이나는 아마추어 국가대표 시절 감사의 뜻을 담아 우승 메달을 선물할 생각으로 김 회장을 찾기도 했다. 김 회장은 한사코 사양했다.

어릴 적 못다 이룬 골프 선수의 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손주나 친인척 중에 누군가가 주니어 골퍼인 것도 아닌데, 회장님의 주니어 골퍼 사랑은 아무도 못 말린다.

행복해지려고 하는 일

충남 홍성 출신의 김 회장은 베트남전 참전 후 무작정 상경해 고철을 팔았다. 돈을 모으려 끼니를 거르다 결핵을 얻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종잣돈으로 1980년 덕신상사를 세웠고 오늘날 연매출 2000억 원의 회사로 발전시켰다.

어린 시절 가난 탓에 학업을 중단하고 머슴살이를 해야 했던 김 회장은 “트럭 한 대로 사업을 시작해 여기까지 왔는데 아이들의 꿈을 막는 가난만은 내가 해결해주고 싶다”고 했다.

덕신하우징이 만드는 데크플레이트는 철골 사이에 시공돼 콘크리트 타설 때 바닥 거푸집 역할을 하는 금속 재료다. 거푸집 공사는 철근 공사, 콘크리트 공사와 함께 3대 핵심 구조물 공사로 꼽힌다. 김 회장은 사회 공헌 활동으로 어린이들 인생의 기초 공사를 돕고 있으니 회사 주력 사업과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김 회장은 2015년부터 국민연금과 베트남전 참전명예수당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후원해왔다. 이 단체의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도 2020년 가입했다. 앞서 무봉장학재단도 설립했다. 김 회장의 호인 ‘무봉(楙奉)’은 무성하게, 무럭무럭 자라게 돕겠다는 뜻. 8월에 선발할 대상자 150명이 벌써 5기 장학생이다. 김 회장은 “두부장수 할아버지, 김밥 파는 할머니가 피땀으로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기탁하는 건 당신들이 행복해서 그러는 것도 있다. 기부를 하고 봉사를 실천하는 건 베푸는 사람이 더 흐뭇하고 행복해지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안 해본 사람은 모르는 행복이다. 더 많은 사람이 베푸는 행복을 경험하길 바라고 어린이들도 나눔을 실천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갤러리 있는 대회’를 고집하는 이유

주니어 대회는 관중이 없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덕신하우징 대회는 2014년 1회부터 갤러리 참관을 고집해왔다. 어린이 선수들이 프로 대회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려는 배려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가 더 크다. “어린이 대회에 갤러리라고 하면 사실 다 부모나 친척이잖아요. 그런데 5시간 넘게 기다릴 곳이 마땅치 않아요. 다른 대회 가서 보니 제주에서, 태백에서 온 부모가 찜질방에 가있거나 대회장 근처를 서성이더라고. 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여러 가지로 일이 많아지지만 그래도 우리 대회만이라도 부모가 아이들 경기를 볼 수 있게 하자고 한 거죠.”

덕신하우징 대회는 타구 사고 등 안전사고를 대비해 갤러리 인적 사항을 일일이 받아서 보험을 들고 구급차도 대기시킨다. 부모의 경기 개입 등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해 거의 1 대 1에 가깝게 따라붙는다 할 정도로 진행 요원을 곳곳에 대거 배치한다. 김 회장은 “경기 중 부모가 체벌을 하며 나무라려 하거나, 캐디에게 왜 자기 자식 신경 안 써주느냐고 따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주최 측인 우리가 더 철저하게 준비하면 된다. 갤러리 참관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44명 출전하는 지금의 대회를 내년에는 290명 수준으로 늘릴 것이다. 36홀을 쓰면 가능해진다. 그러면 갤러리를 포함해 1000명 가까이 모일 것”이라는 김 회장은 “국가대항전 성격의 세계 주니어 대회를 우리나라에서 치르는 것도 착착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잊을 수가 있을까

김 회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전에 골프를 배웠다가 “나라 사정이 이런데 안 되겠다 싶어” 골프를 끊었다. IMF 구제금융 졸업 후에 다시 잡은 골프채로 1언더파까지 친 적도 있다. 60대 중반의 나이였다. 일흔이 훌쩍 넘은 지금도 80대 초반 스코어를 내니 동년배들과는 게임이 안 돼 주로 50대 ‘젊은이’들과 라운드를 나간다.

“골프는 사치성 레저에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하는 문화’의 대표 격으로 인식됐는데 박세리 선수의 활약 이후에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김 회장은 “제 나이에도 꾸준히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운동이다. 이동 시간을 포함해 10시간에 20만~30만 원이면 꼭 사치로만 볼 것도 아니다. 야간이나 새벽 시간 라운드는 더 합리적”이라며 골프 예찬론을 폈다.

사업 외에는 ‘어린이’와 ‘골프’, 그리고 둘을 묶은 ‘어린이 골프’에만 관심을 두던 김 회장은 2020년부터 가수라는 ‘부캐(부캐릭터)’로도 살고 있다. 정규 앨범을 냈고 음원 사이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대부분 곡의 가사를 직접 썼으며 작곡에도 참여했다.



대표곡 중 하나인 ‘잊을 수가 있을까’의 가사는 이렇다. ‘말없이 떠난 사람, 비라도 올라 치면 가슴 두드린 그 아픔을 잊을 수 있을까…살아생전 딱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다면 기적 같은 만남을 바란 내 곁으로 돌아와 줘요.’

연인 간의 이별을 노래한 곡 같지만 사실은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송이다. “어려운 아이들을 돕다 보니 영문도 모르고 아이를 잃은 부모 마음은 어떨까, 부모와 떨어진 아이는 또 얼마나 무서울까 싶어 7년 전부터 실종아동찾기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덕신하우징의 모든 홍보물에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제공하는 실종아동의 사진과 정보가 큼직하게 붙어있다. 본사 외벽의 대형 현수막에도 있고 심지어 김 회장이 타는 업무용 대형 세단의 측면에도 한눈에 볼 수 있게 래핑돼 있다. ‘잊을 수가 있을까’ 뮤직비디오에도 시종 등장한다.

올 3월의 기적 같은 상봉 이후 김 회장의 노래에는 더 힘이 실린다. 43년 전 실종됐던 조모씨가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덕신하우징 측이 띄운 배너를 클릭했고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발견해 회사에 연락을 해온 것이다. 경찰의 유전자 대조를 거쳐 조씨는 언니 등 가족과 만나게 됐다.

김 회장은 “공개방송이나 공연을 다니면 이 노래 사연을 청중에게 꼭 소개해 달라고 사회자한테 당부한다. 전단도 꼭 뿌린다”며 “한 명의 실종자를 찾은 것도 기적이라 하지만 한 번 일어난 기적은 또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전국팔도를 다니며 아이들 찾는 노래를 목청껏 부를 것”이라고 했다.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의 업무용 차량. 실종아동 정보가 눈에 띈다.


PROFILE

1951년 충남 홍성 출생

1980년 덕신상사 설립, 1990~2006년 덕신철강 대표이사

2006~2010년 덕신하우징 대표이사, 2011년~ 덕신그룹 회장

2014년 덕신하우징배 전국 주니어 챔피언십 창설






홀인원에 자동차 건 어린이 골프대회

KLPGA 투어의 장타 스타 윤이나부터 현재 남자 국가대표인 안성현, 문동현과 여자 국가대표 이정현까지. 이들은 덕신하우징배 전국 주니어 챔피언십의 우승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덕신하우징배 대회를 보면 될성부른 떡잎이 보인다.

2014년 창설돼 매년 열렸던 어린이들의 명품 골프 페스티벌 덕신하우징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3년을 쉬고 7회 대회로 돌아왔다. 1~6회는 천안상록, 태안 현대 더링스, 파주 서원밸리, 음성 코스카, 태안 현대 더링스, 청주 이븐데일에서 차례로 열렸다. 제7회 덕신하우징배 전국 주니어 챔피언십은 이틀간 타수를 합산하는 스트로크플레이 방식으로 6월 13~14일 강원 원주의 센추리21CC에서 벌어진다.

초등학교 고학년부와 저학년부로 나눠 진행되며 각 부 1~3위에는 부상과 트로피, 상장을 주고 4~10위엔 부상과 메달, 상장을 수여한다. 10위까지 입상자 총 40명 전원에게 장학금을 일시금으로 지원하고 장학재단의 정기 장학생이 될 수 있는 선발권을 주며 한국청소년골프협회 포인트도 부여된다.

갤러리 관람 허용은 이 대회 전통. 14일 시상식 뒤 가족이 함께하는 보물찾기 행사도 이 대회의 자랑이다.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은 “TV, 노트북, 세탁기, 김치냉장고, 진공청소기, 밥솥, 자전거 등 30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준비했다. 입상하지 못한 선수 가족이라도 선물을 받으면 기분 좋게 돌아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프로 정규 투어 대회에서나 보던 홀인원 자동차 상품도 있다. 현대자동차 캐스퍼다. 대회 관련 모든 비용은 김 회장이 사재로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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