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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출산' 57%가 긍정적인데…법적 혼인 아니면 혜택 '제로'

[2023 新가족리포트] <5> 편견에 갇힌 '비혼 출산'

비혼 동거 제대로된 통계도 없고

'혼인=가족' 법·사회 인식 안변해

배우자 아니면 男 출산휴가 불가

돌봄휴직도 부모 등 가족만 가능

외국은 등록·신고만으로도 혜택

출산·육아 복지 사각지대 없애야





인구절벽 등 출산율 저하에 따른 대안으로 비혼 출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부각되고 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가족=출산’이라는 법적·사회적 인식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거 등 혼인하지 않고 함께 생활하는 이들에 대한 국가적 통계조차 없다. 이른바 ‘○인 가족’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비혼 동거’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마저 이뤄지지 못하면서 출산·육아에 따른 혜택에도 사각지대가 수두룩하다. 이른바 통계의 부재가 만든 비혼 출산에 대한 ‘역차별’ 현상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5.2%로 2018년(56.4%)보다 5.5%포인트나 증가했다. 결혼 없이 동거가 가능하다는 생각은 2012년(45.9%) 이후 매년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60% 선을 돌파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이도 4년 전(30.3%)보다 3.4%포인트 증가한 34.7%를 기록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2021년 서울시 거주 20~60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20~40대 여성 26.2%가 ‘비혼 출산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30대가 32.8%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28.4%)·20대(21.3%) 등의 순이었다. 특히 응답자 가운데 절반가량(47.9%)은 ‘우리 사회가 비혼 출산에 대해 더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미 포용적’이라는 답은 14.0%에 불과했다. 38.1%는 ‘(비혼 출산 포용이) 현재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20~40대를 중심으로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이 차츰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통계 등 현실은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통계청은 인구·고용 등 총 22개 부문에 대한 통계를 조사·작성하고 있으나 동거 등 이른바 ‘혼인하지 않고 함께 사는’ 이들에 대한 조사는 전무하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의 경우 동거가 일상화된 사회로, 세계적으로 변화하다 보니 우리나라도 바뀔 수 있다고 예상된다”며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명확한 국내 통계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함께 사는지 여부를 조사하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비친족 가구를 넘어 (동거 여부까지) 통계조사가 이뤄진다면 (비혼 출산 등)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거 등을 조사 명목에 포함시켜 명확한 통계조사가 이뤄진다면 세계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17일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심포지엄 초청 강연에서 저출산 위기 극복 방안으로 강조한 비혼 출산 등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콜먼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은 극단적으로 비혼 출산이 적은 나라”라며 “2750년 인구 소멸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출산율이 높은 주요 선진국의 경우 비혼 출산은 전체 출산의 30% 이상”이라며 “비혼 출산이 아니었다면 이 국가들도 높은 출산율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혼인’이라는 가족 개념에 막혀 기존 출산 등 법적 지원에서도 비혼 출산 가구는 제외되고 있다. 민법 등 법률상 제한한 가족 개념이 현행법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비혼 출산 가구가 혜택·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실제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18조의 2(배우자 출산휴가)에서는 출산휴가 대상으로 ‘근로자의 배우자’를 적시하고 있다. 근로자가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직(가족돌봄휴직)도 조부모, 부모,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자녀 또는 손자녀의 질병이나 사고, 고령 등으로 사유를 제한한다. 민법 제779조(가족의 범위)에서 명시하고 있는 가족의 범위 외에 비혼 동거자의 출산으로는 근로자가 출산휴가를 쓸 수 없다. 가족돌봄휴직도 법상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면 사고나 질병 등 사유가 있어도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가족친화법)’은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고 아동양육 및 가족 부양 등에 대한 책임을 사회적으로 분담할 있는 제반 환경’ 자체를 ‘가족친화 사회환경’으로 적시했다. 혼인으로 맺어진 법상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아니면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 △시간제 근무 △육아휴직제 △직장 보육 지원 △자녀 교육 지원 프로그램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민법상 가족의 범위에는 우선 배우자, 직계혈족·형제자매가 포함된다. 여기에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에 한해 직계혈족 배우자와 그의 직계혈족, 형제자매도 가족에 포함한다. 게다가 ‘모자보건법’상 난임(難姙)도 부부가 정상적 성생활을 하고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아니한 상태를 뜻한다. ‘사실상 혼인 관계’도 법률상 부부의 영역에 포함시키기는 하지만 동거 등 비혼은 제외돼 난임 시술비·상담·교육 등 지원 사업의 혜택은 받지 못한다. 최근 서울시가 30~40대 미혼 여성의 난자 냉동 시술 포함 등이 내용인 난임 시술 지원 확대 대책을 밝혔으나 이는 서울이라는 지역에 국한된다.

장민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과 관련된 휴가·휴직 제도 등은 법률상 배우자인 가족에 한정돼 있는 게 대부분”이라며 “주변 증언 등 증빙을 통해 사실혼 관계에 대해서도 일부 인정하고는 있으나 비혼 동거·동반자는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동거, 생활 동반자가 절차에 따라 등록·신고한다면 가족돌봄휴가 등을 허용하고 있다”며 “가족 개념을 삭제하거나 바꾸자는 게 아니라 비혼 동거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해서도 출생이나 돌봄·생존, 부양에 관해서는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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