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집권 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여학생을 중점 타깃으로 삼은 독극물 공격이 발생했다. 이에 이웃 국가인 이란의 전례를 모방한 범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탈레반 당국은 5일(현지 시간) 주말인 3~4일 사이 북부 사리풀주(州) 산차라크 지역에 위치한 두 학교에서 가스 테러가 발생해 최소 90여 명이 중독됐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재난관리부 대변인은 "한 학교에서 학생 60명과 교사 3명, 다른 학교에서 22명의 학생과 교사 4명이 독극물에 중독됐다"며 "인접한 두 학교가 차례로 타깃이 됐다"고 설명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학생들과 교사들은 당시 교실로 들어가는 즉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심각한 건강 문제 역시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가운데 남학생은 18명뿐이었다. 현재 아프간에서는 여학생의 경우 6학년 이하의 초등학교 수준까지만 교육이 허용되고 있다. 중·고등·대학 교육은 남자에게만 허용됐다. 다만 시골 지역의 경우 혼성으로 초등학교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흔해 함께 교실에 들어가던 남학생들까지 이번 독극물 공격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이 2021년 8월 재집권에 성공한 이래 이 같은 방식의 테러는 처음이다. 탈레반 당국 관계자들은 이번 공격이 개인적 원한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이웃 나라인 이란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100개 이상의 여학교에서 300건 이상 발생한 가스 테러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이란에서는 지난해 히잡 시위에 참여해 여성 인권을 주장한 학생들을 ‘처벌’하고자 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테러의 배후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앞서 탈레반은 1차 통치기(1996∼2001년) 당시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앞세워 극도로 보수적인 공포 통치를 펼치다가 재집권 후 여성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지키지는 않고 있다. 탈레반 정부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지난해 3월 새 학기 첫날 말을 바꿔 이를 막아서기도 했다. 아울러 여성의 놀이공원, 헬스장, 공중목욕탕 출입을 금지했고, 남성 보호자 없이는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없게 했다. 여성에게는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도 의무화시켰다.
<워싱턴포스트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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