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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파괴로 '물의 장벽'…"누가 더 손해?" 러-우크라 책임공방

크림반도-러 본토 잇는 육상통로 겨냥한 진격 경로 제한

서방 "러시아가 이익"…우크라 선택지 축소로 러 유리

우크라 "반격 경로에 방해 안 받아" 파장 애써 축소하는 듯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주민들이 6일(현지 시간) 카호우카 댐 폭발로 침수된 마을에서 대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드니프로강 하류의 대형 댐이 파괴되면서 그간 우크라이나군이 준비해온 이른바 ‘대반격 작전’에 변수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인 헤르손주에 있는 카호우카 댐(길이 3.2㎞)이 원인불명의 폭발로 무너지면서 주변 지역에 광범위한 홍수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 전선 곳곳에서 공세를 펼치며 침략군을 국경 바깥으로 밀어내기 위한 일격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이번 홍수는 우크라이나군의 잠재적 진격 경로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서쪽 육상통로에 ‘물의 장벽’이 세워진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의 주된 타깃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 간의 육상통로를 끊는 것이 핵심 전략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해 왔다.

뮌헨안보회의 회원이자 전직 독일 국방부 당국자인 니코 랑게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드니프로 강의 범람으로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전선을 돌파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군이 이 방면에 배치했던 병력을 빼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예상되는 다른 전선을 보강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이번 댐 파괴가 대반격 경로를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여파를 애써 축소하려는 듯한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정보 단체인 전략통신센터(StratCom)는 6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략에서 해방된 영토를 재건할 준비가 됐다”면서 “'물의 장벽'을 건너는 데 필요한 모든 수상 수단과 부교를 확보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댐 파괴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의 공세 선택지가 줄어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러시아군 입장에선 전략적 이익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측면을 고려해 보면 이건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 측이 저지른 공격 행위라고 자연히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카호우카 댐은 우크라이나군이 작년 10월 드니프로강 서안에 위치한 헤르손주의 주도 헤르손을 탈환하고 러시아군이 드니프로강 동안으로 퇴각했을 때도 한 차례 수문과 일부 구획이 파괴된 바 있다. 당시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상대방이 댐을 폭파했다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이번 폭발의 배후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댐의 인근 소도시인 노바 카호우카의 러시아 측 행정수반은 이날 오전 2시께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댐이 터졌다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댐을 폭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다수의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에 대해 러시아군이 스스로 댐을 파괴한 뒤 우크라이나에 떠넘기려 한다고 판단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배후를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러시아인들은 수개월 전 불법적으로 그 댐과 저수지를 차지했고 (사건 발생 시점에도) 점령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고위 당국자도"러시아인들에게는 그렇게 할 동기가 있다"면서 “그 댐이 없어졌을 때 이익을 보게 되는 건 러시아인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드니프로강을 두고 과거에도 수비 측이 댐을 터뜨려 상대방의 진격을 저지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1941년에는 나치 독일의 침공을 받은 소련이 드니프로강 중류에 위치한 드니프로 댐을 터뜨렸고, 1943년에는 반대로 나치 독일이 퇴각하면서 이 댐을 다시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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