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나 의료·공항 등 주요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결과는 전쟁과 같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사이버 공격은 국제법상 규정조차 없어 위협에 대응할 수도 없습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6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국제 평화와 안보에 사이버 공격이 미치는 위협이 이제 물리적인 공격 수준보다 더 커지고 있다”며 “국제적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내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사이버 안보 문제를 세계 안보의 새로운 화두로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황 대사는 사이버 안보에 대한 의제 설정을 통해 북한에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북한의 주 수입원은 무기 수출이었지만 이제는 사이버 해킹이 연 10억 달러 넘는 최대 수입원이 됐다”며 “이 자금이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면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은행이나 가상자산이라는 점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황 대사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의 의미에 대해 “비공개 토의에 들어가게 되고 이는 주요 의제 논의의 첫 단계부터 우리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누가 앉아 있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황 대사는 이 같은 리더십을 활용해 중국과 관련한 세계의 지정학적 관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사는 “안보리에는 최근 북한 문제와 관련 갈등 당사자에 대한 양비론이 있다”며 “한국이 들어가면 중국의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명확히 함으로써 전체적인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황 대사는 “안보리에서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도 계속 소통하면서 협력의 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황 대사는 한국이 이사국으로 활동했던 2013~2014년보다 지금의 외교 안보 갈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전에는 만장일치로 채택되던 대북 결의안이 최근 들어서는 미사일 이슈를 두고도 채택되지 못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황 대사는 “우리가 들어간다고 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시적 결과물이 없어 보일 수 있다”면서도 “외교력을 강화하고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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