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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일머니' 손잡은 PGA…美, 中 견제 위해 골프전쟁 끝내

◆PGA·LIV 전격 합병

美 적극적인 중동외교 일환 분석

中 중동 영향력 확대에 대응 차원

블링컨 사우디 찾은날 극적 봉합

"역사적인 날" "위선자" 엇갈려

"사우디, 세계골프 돈줄돼" 비난

"LIV 이적 선수만 이득" 평가도

올해 5월 미국 버지니아주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린 LIV골프 대회에서 선수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며 우승자를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을 받는 리브(LIV)골프가 6일(현지 시간) 깜짝 합병을 선언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사우디 제다를 방문한 날 양국의 ‘골프 전쟁’이 극적으로 봉합된 것이다. 이번 합병을 두고 미국과 사우디 간의 정치·외교적 이해관계가 고려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날 월스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PGA투어와 LIV골프는 두 리그를 통합해 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양 사는 “공동 소유의 영리법인을 설립하는 데 합의했으며 골프 산업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합병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는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도 공동 서명했다.

이번 합병은 지난해 원유 감산 문제로 앙금이 쌓인 미국과 사우디 간 관계가 개선되는 흐름 속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사흘간의 사우디 방문 일정을 시작했으며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할 예정이다. 중동 지역에서 중국의 입김을 차단하려는 미국은 최근 사우디의 추가 원유 감산에도 불구하고 갈등 해소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의 자존심을 건 골프 전쟁이 종료된 것은 이 같은 미국의 적극적인 중동 외교정책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6월 PIF가 창설한 LIV골프는 막대한 사우디 왕실 자금을 동원해 필 미컬슨(미국), 브룩스 켑카(미국), 캐머런 스미스(호주) 등 세계적인 남자 골프 선수를 영입했다. PGA투어가 LIV골프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 대해 대회 출전을 금지하자 LIV골프 측이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는 LIV골프를 빈 살만 왕세자의 ‘스포츠 워싱(악화된 국가 이미지를 스포츠 이벤트로 세탁하는 것)’의 전형적 사례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따라 PGA투어는 LIV골프 소속 선수들이 미국과 유럽 골프 투어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동안 양측 간에 일어난 모든 소송도 모두 중단할 계획이다. 제이 모너핸 PGA투어 커미셔너는 “2년 동안 혼란과 산만함을 겪었는데 오늘은 우리가 잘 알고 사랑하는 스포츠에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IV골프와 PGA투어가 다정하게 손을 잡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PGA투어 측은 LIV골프가 시행하는 ‘컷 오프 없는 3라운드’ 대회 방식(PGA투어는 2라운드까지 성적을 기준으로 컷 탈락자를 걸러낸 뒤 4라운드까지 경기)을 ‘애들 장난’쯤으로 여겼고 LIV골프로 넘어간 선수들을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그랬던 PGA투어가 하루아침에 ‘동지애’를 언급하며 LIV골프와 한배를 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 골프계는 물론 스포츠계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PGA투어와 LIV골프의 합병 소식은 그동안 LIV골프에 맞서 ‘PGA투어 수호자’를 자처해온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미리 귀띔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모너핸 커미셔너는 곧장 캐나다 토론토의 대회장을 찾아 PGA투어 선수들과 비공개 만남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일부 선수는 이번 합병 건과 관련해 모너핸에게 강력 반발했다. 이에 모너핸 커미셔너는 “위선자라는 비난을 감수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9·11테러 희생자 유족 연합회 측도 “테러를 주도한 사우디가 세계 골프에 돈줄이 됐다”고 PGA투어를 비난했다.

결국 LIV골프로 넘어간 선수들만 이득을 봤다는 평가다. 미컬슨이 2억 달러를 받는 등 PGA투어 스타들은 LIV골프로 옮기며 거액의 계약금을 손에 쥐었다. 대신 PGA투어 대회 참가가 금지됐지만 이번 합병으로 조만간 PGA투어 대회도 다시 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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