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교육부가 사교육과 전면전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급증한 사교육비가 공교육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저출산 등의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변별력 확보를 위한 높은 난도의 ‘킬러 문항’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는 출제 기법 고도화를 제시했다. 교과 범위를 벗어난 고난도의 문제를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판단한 것이다.
사교육 수요 흡수 방안으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EBS를 활용한 지원을 강화하고 돌봄 지원 및 ‘방과 후 과정’에 대한 자율수강권 지원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대통령이 (입시의 핵심 문제에 대해) 이번에 직접 강조해 주셨기 때문에 교육부 수장으로서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이 문제만큼은 확실히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당정은 ‘킬러 문항’이 시험 변별력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공정 수능’을 위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기로 했다. 또 ‘변별력’ 유지를 위해 수능의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며 수능 출제진이 성실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당정은 이날 수능 입시 대형 학원의 거짓·과장 광고로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일부 학원의 불법 행위에 엄중 대응하기로 했다.
이 사회부총리는 “일부 수능 입시 대형 학원 등의 과장 광고 등 학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히 대응해 학부모가 안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을 위해 올해 초부터 학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초등학교 의대 입시반’ 테마 점검, 유아 대상 영어학원 특별 전수 점검, ‘학원 등 부당 광고 모니터링 사업’ 확대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말 ‘공정한 수능’ 지시를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공정한 수능 강조 배경에는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사교육비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당정은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결정했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했다.
이밖에 당정은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예방하고 국가가 기초학력을 책임지고 보장하도록 ‘학력 진단’을 강화하고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학습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교사의 수업 역량 평가를 강화하고 교권 보호 등을 통해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여건도 조성한다.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 내로 흡수하기 위한 포석이다.
다만 당정이 수능에서의 킬러 문항 배제 등 입시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입시의 최일선인 고등학교 교실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300만 명이 가입한 수능 관련 커뮤니티 ‘수만휘’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출제 경향을 예측하는 설문조사도 등장했다. 현재 고3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사교육을 없애자는 의도는 알겠지만 지금 시점에 발표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럴 거면 지난해 수능 끝나고 바로 알려 수험생이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했다. 수험생 입장에서 제대로 된 모의평가 시험을 칠 수 있는 게 9월뿐”이라고 지적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충분히 여유를 두고 미리 메시지를 보냈다면 킬러 문항 축소로 사교육비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수능을 불과 5달 남겨놓고 느닷없이 나온 만큼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