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에 돈줄이 막힌 서민들이 급전 마련을 위해 저축은행을 찾았다가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법정 최고 금리에 육박하는 고금리에도 저축은행에서 ‘소액신용대출’을 받는 서민들이 많아진 가운데 경기 악화가 계속되면서 연체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1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 중 자산 규모 1조 원 이상인 32개 사의 올해 1분기 소액신용대출 규모는 9251억 원으로 지난해 말 9219억 원 대비 32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액신용대출에 대한 연체액은 543억 원에서 643억 원으로 100억 원 급증해 연체 규모가 대출 실행 규모를 빠르게 앞질렀다.
소액신용대출은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이 300만 원 정도의 한도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코로나19 이후 생계가 어려워진 서민들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을 많이 찾았고 그 결과 전체 저축은행 업권에서의 소액신용대출 규모는 2019년 9003억 원, 2020년 8811억 원, 2021년 8989억 원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1조 133억 원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소액신용대출이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가 큰 무담보 상품이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법정 최고 금리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의 소액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4월 15.55%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12월 17.77%를 기록한 후 올해 계속해서 17%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체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32개 사의 소액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5.89%에서 올해 1분기 6.95%로 1%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이는 저축은행 업계의 전체 대출에 대한 올해 1분기 연체율 5.1%보다 1.85%포인트 높은 수치로, 소액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다른 차주들보다 상대적으로 좋지 못함을 뜻한다.
아울러 32개 사 중 소액신용대출 실행 규모가 10억 원 미만이라 공시에서 제외된 4곳을 뺀 28개 사 중에서 연체율이 늘어난 곳도 절반이 훌쩍 넘는 19곳에 이른다. 특히 상위 10개 사 중에서 7개 사의 연체율이 지난해 말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8억 원, 연체액 2억 원으로 연체율이 전 분기 20%에서 25%로 5%포인트 증가했다. 또 애큐온저축은행 13.33%, 한국투자저축은행 13.23%, 모아저축은행 8.90%, 웰컴저축은행 8.16%, KB저축은행 7.76% 등의 순서로 연체율이 높았다.
업계에서는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창구 역할을 하는 소액신용대출에 대한 문턱이 올해 하반기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체율 부담이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미 법정 최고 금리인 20% 이내에서는 수익성이 나지 않는 만큼 저축은행들이 대출 자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올해 1분기 소액신용대출 규모가 감소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법정 최고 금리가 완화되지 않으면 대출 취급 자체를 줄여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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